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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이 원하는 건 처벌보다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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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이 원하는 건 처벌보다 사과"

입력
2013.02.0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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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여기서(구치소) 반성하고 진짜 많이 깨달았어. 형이 너희 때리고 괴롭힌 게 얼마나 큰 죄인지. 그리고 너희가 겪었을 고통까지…. 지금은 편지지만 나가서 정식으로 사과할게."

초등학생 때부터 동네에서 '짱'이었던 김모(당시 15세)군에게 폭행은 습관이었다. '후배가 부를 때 뛰어오지 않고 걸어왔다'며 때로는 '후배가 머리를 감겨 주다 얼굴에 비눗물을 튀겼다'며 때렸다. 수시로 돈도 빼앗았다. 결국 지난해 7월 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선 김군에게 주채광(41) 서울남부지법 판사는 "정신 차려야 한다"는 호된 쓴소리와 함께 숙제를 하나 냈다. 피해자들에게 사과편지를 보내라는 것이었다.

주 판사는 법원 내에서 편지 숙제를 내는 판사로 유명하다.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에게 편지쓰기를 쓰도록 한 게 벌써 7개월째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자신의 부모님과 담임 교사에게도 반성문을 써 보내도록 시킨다.

때로는 주 판사가 법정에서 피해자들을 향해 편지를 직접 읽어주기도 한다. 편지나 반성문 쓰기가 잘못을 돌아보게 하는 교육적 효과가 크고 이 과정을 통해 단 한 명이라도 진심으로 뉘우치는 학생이 있다면 의미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김군의 진심 어린 사과 편지를 받아 본 뒤 주 판사에게 "용서해주세요"등의 탄원서를 보내온 피해학생이 적지 않다. 또 지난해 후배들을 때리고 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된 문모(당시 15세)군은 재판이 끝난 뒤에도 주 판사에게 "앞으로는 성실히 생활해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뜻 깊은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주 판사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가해 학생의 엄중한 처벌이나 금전적 배상이 아니라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며 "피해 학생들은 하루빨리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정상적인 학교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법원 차원에서도 학교폭력 고위험군 학생들에게 실제 소년범 재판을 방청하도록 하는 등 자체적으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처벌만으로 학교폭력이 해결될 수 없는 만큼 가정과 학교, 법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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