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정부조직 개편안 심사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쟁점 사안을 두고 상임위 간 대립이 노골화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당론을 떠나 소속 상임위의 소관 부처 이해관계를 적극 두둔하며 대리전을 치르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부처 이기주의'가 '상임위 이기주의'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먼저 현정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이 대립했던 외교통상부 통상교섭 기능의 산업통상자원부 이관을 두고 외교통상위와 지식경제위 소속 의원들이 정면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4일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통상업무 이관을 재고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지경위는 다음날인 5일 바로 전체회의를 갖고 여야 의원들의 만장일치로 인수위 안을 찬성했다.
이 문제에 대해 민주통합당 원내 지도부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거나 독립된 별도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이원욱 의원 등은 "통상 업무가 산업부처로 오는 것은 선진 통상의 의지"라고 주장하면서 당론과 배치되는 결정을 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강창일 지경위원장은 "이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나온 분 같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4일 열린 국회 농림수산위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의기투합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농림축산부로 변경되는 데 대해 "부처 명칭에 식품이 들어가야 한다"며 '농림축산식품부'로 수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서재용 농식품부 장관도 "의원님들이 고쳐주셔야 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승격으로 인해 소관 부처의 기능이 축소되는 교육과학기술위와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도 여야를 떠나 인수위 개편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회 의원들이 소속 상임위 별로 뭉치는 것은 소관 부처 기능이 약화하면 이른바 '상임위 밥그릇'도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점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상임위 소관 영역 개편을 두고서도 상임위 별 신경전이 커지고 있다.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를 담당할 상임위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교과위 소속 의원들은 "우리 관할에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보건복지위와 정무위, 해양수산부는 국토해양위와 농림수산위가 서로 자신들의 영역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뜩이나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여야 이견이 큰 상황에서 상임위 별 이전투구가 겹치면서 향후 법안 처리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6일 정부조직 개편 여야 협의와 관련,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재검토 ▦중소기업청 기능 강화 ▦농림축산식품부 명칭 변경 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변 의장은 그러나 "통상교섭기능 이관과 방송통신위원회 진흥 업무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등은 이견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진영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은 이날 통상교섭 기능 이전에 대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반발과 관련, "김 장관으로부터 '자기 취지가 그런 게 아니었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진 부위원장은 지난 4일 김 장관이 외교통상부의 통상기능 이전이 "헌법 골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곧바로 "궤변이자 대통령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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