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에 들어서자마자 외교에서 적극적인 화해 모드를 선보이고 있다. 핵 개발 속도를 높이는 이란을 향해 기존 다자협상이 아닌 양자 대화를 제안하고 집권 1기 내내 껄끄러웠던 이스라엘과는 관계 개선에 나선다.
백악관은 5일 오바마가 올 봄 이스라엘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방문 시점이 3월 20일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4년 내내 불화의 연속이었다. 네타냐후는 이란 핵 개발이 임박했다며 미국의 군사 옵션을 압박했고 오바마는 친 이스라엘 진영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을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방미한 네타냐후의 면담 요청까지 거부했던 오바마가 이스라엘을 찾는 것을 두고 집권 2기 중동 중시 외교의 시동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불가피해지면서 이를 반대하는 네타냐후가 오바마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필요도 있다.
오바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있는 요르단강 서안 지구도 방문하기로 해 중동평화 협상 중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신임 국무장관 케리가 네타냐후 및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정부수반과 전화통화에서 평화협상 재개를 위한 순방외교를 예고한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
이란에 직접 대화를 제안한 것은 오바마 2기 외교 행보의 또 다른 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2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국제안보회의에서 미국은 이란과 직접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의 제안은 서방과 이란의 핵 협상이 8개월째 교착상태인 상황에서 이란이 나탄즈에 신형 원심분리기를 추가 설치키로 함으로써 핵 개발 우려가 더욱 커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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