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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시장, 서민 부담 담보로 SH공사에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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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시장, 서민 부담 담보로 SH공사에 백기"

입력
2013.02.0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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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SH공사의 올해 채무감축 목표를 낮추고, SH공사가 시에 제출한 일부 요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박원순 시장이 사장의 사직서를 담보로'벼랑 끝 전술'을 펼친 SH공사에 결국 백기투항한 셈이다. 2014년 서울시장 재선을 염두에 두고 무리하게 채무감축을 추진하다 산하단체와 갈등을 자초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박 시장이 뒤늦게 수습책을 내놓았다는 해석이다.

박 시장은 6일 저녁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채무감축 목표와 방법을 놓고 갈등을 빚다 4일 사퇴 의사를 밝힌 이종수 SH공사 사장을 직접 만나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업무에 복귀할 것을 요청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SH공사의 채무감축 목표를 낮추고, SH공사가 시에 요구했던 사안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구체적인 채무감축 목표는 추후 협의키로 했다. 이에 이 사장은 "내일부터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SH공사의 요구를 수용해 마곡산업단지 매각 일정도 일부 앞당기기로 했다. 시는 올해 마곡산업단지 전체부지 중 20%를 당초 매각할 계획이었는데 최대 40%를 추가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주택 분양 시기를 현재 공정률 80%에서 60%로 당겨 SH공사가 투자자금을 3개월 빨리 회수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주변 시세의 75%로 낮춰 분양하고 있는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 분양가를 다른 주택과 동일한 85% 수준으로 단일화 하는 것도 추후 협의키로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시 내부에서 조차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조기분양을 할 경우 SH공사는 올 한해 금융비용을 5,500억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그만큼 서민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분양가 단일화는 소형 주택 가격 인상을 전제로 하는 만큼 서민에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박 시장의 정책목표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SH공사가 안고 있는 채무문제 핵심은 총 6조원 규모인 마곡ㆍ문정ㆍ은평지구 택지 매각이 부진한 데 있다"며 "SH공사 사장 한 사람을 붙잡겠다고 서민에게 짐을 지우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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