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체들의 영업정지로 가상이동통신망업체(MVNO)들이 쾌재를 부르고 있다. MVNO는 기존 이통사들의 망을 빌려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기존 이통사들보다 저렴한 요금이 장점이다. 하지만 그 동안 이통사의 압도적인 보조금 서비스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다가, 이들이 영업정지를 당한 틈을 이용해 거침없는 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통사들이 1월7일부터 3월13일까지 총 66일간 돌아가며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MVNO들도 전체적으로 가입자가 증가,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일부 MVNO는 이 기간 동안 하루 가입자가 수십 명에서 1,000명을 넘어서는 등 큰 폭으로 뛰고 있다. MVNO들은 치열한 보조금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기존 이통사만큼 보조금을 사용할 여력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모처럼 맞은 호기가 아닐 수 없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집계에 따르면 CJ헬로비전, 한국케이블텔레콤(KCT), SK텔링크 등 주요 3개 MVNO들은 LG텔레콤이 영업정지를 당한 지난달 7일 이후 가입자가 급증했다. CJ헬로비전은 지난달 1일에서 6일은 하루 가입자가 600~900명이었으나 7일 약 1,400명으로 증가했다. KCT도 지난달 1~6일 하루 가입자가 10명 안팎이었으나 7일 32명으로 뛰었고, 1~6일 통틀어 가입자가 1명이었던 SK텔링크는 7일 17명을 모집했다.
특히 SK텔링크는 다른 MVNO 업체들과 편차가 커서 지금까지 영업정지의 최대 수혜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SK텔링크는 하루 가입자가 지난달 14일 100명을 넘어선 뒤 SK텔레콤이 영업정지에 들어간 지난달 31일 811명으로 급증했고, 지난 4일 1,048명, 5일 943명으로 1,000명 안팎을 오르내리는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가입자만 놓고 보면 SK텔링크가 5일 현재 2,691명으로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2,528명)을 앞지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SK텔링크는 최근 파격적인 영업 정책을 들고 나왔다. 일선 판매점에 보낸 'SK텔링크 MVNO 대리점 모집'이란 안내문을 통해 이달 한 달 동안 판매점에 보증금없이 휴대폰 30대를 제공하고 개통 건수에 따라 판매점에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존 이통사들은 판매점에 휴대폰 가격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받고 휴대폰을 제공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판매점이 휴대폰만 챙겨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링크는 이 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무보증 무담보로 휴대폰을 판매점에 제공하는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이용자들이 내야 할 가입비와 범용이용자식별모드(USIM)카드 비용도 받지 않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건이 좋아 일선 판매점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대리점 계약을 맺지 않고도 사실상 대리점이나 다름없는 영업망을 쉽게 넓힐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MVNO 업계에서는 이를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MVNO 업체 관계자는 "이통사들의 영업정지로 MVNO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이용자들의 인식이 달라지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기존 이통사 못지 않은 여러 지원 정책으로 시장이 혼탁해질까봐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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