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에서 이슬람주의자들이 이끄는 연립 정부를 비판해 온 야당 지도자가 총격을 받아 숨진 후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는 등 정국이 불안해지고 있다.
6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좌파 야당인 민주애국자당 지도자인 초크리 벨라이드가 자신의 자택을 나서다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벨라이드는 집권 엔나흐다당의 중도주의적 행보를 비판하고 야권 연합 논의를 주도해 온 대표 인사다. 벨라이드는 당국이 극단 무슬림 세력의 폭력 시위를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비판했으며 최근에는 그가 이끈 시위가 무슬림 세력에 의해 무산되기도 했다.
이런 정치적 행보는 그의 피살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족은 엔나흐다당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BBC방송은 벨라이드의 피살이 2011년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 혁명 이후 튀니지에서 처음으로 벌어진 정치적 암살이라고 전했다.
벨라이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튀니지는 혼란에 휩싸였다. 야당 지지자 1,000여명이 내무부 앞에 몰려드는 등 튀니지 전역에서 4,000여명의 시위대가 타이어를 불태우고 진압 경찰에 돌을 던지는 등 격렬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제2의 혁명을 원한다"고 외쳤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충돌이 발생했다.
튀니지 정부는 사태 수습에 나섰다. 몬세프 마르주키 튀니지 대통령은 이슬람협력기구 정상회담 참석차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 중이던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했으며 "이번 암살이 혁명의 과업을 이어가는 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디 제발리 총리도 피살에 대해 "테러 행위"라고 비난하며 "살인자를 붙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국제 사회도 우려를 나타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옛 식민지였던 튀니지에서 야당 지도자가 피살당한 것을 강력 비난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벨라이드가 살해 당함으로써 튀니지는 가장 용기있고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온 한 사람을 잃었다"며 "튀니지에서 정치적 폭력이 증대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태는 쉽게 봉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화 시위 이후 튀니지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슬람주의자들이 이끄는 과도 연립 정부와 세속주의자들의 충돌에 불을 지른 격이기 때문이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금 튀니지는 정치적 폭력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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