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 피고인."(재판장) "예엡."(고종석) "무기징역과 30년간 위치추적장치부착, 5년간 성충동 약물치료 등을 선고했습니다." "예엡."
지난달 31일 오전 광주지법 201호 법정. 지난해 8월 발생한 전남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의 피고인 고종석(24)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장이 무기징역 선고와 함께 양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자 고씨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건들건들하게 답변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고개를 떨군 채 잘못을 반성하는 듯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를 향한 일종의 불만의 표시인 듯 했다. 아니나 다를까. 1심 선고 5일 뒤인 지난 5일 고씨는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고씨에게는 무기징역 등뿐만 아니라 신상정보 공개ㆍ고지 10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 거주지 제한, 자정~오전 6시 외출금지, 놀이터ㆍ유치원ㆍ아동복지시설 등 출입 금지 및 피해 아동 접근 금지 명령도 떨어진 터였다.
고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도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고씨가 항소심에서 형량이 낮아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해 이를 막기 위해 맞항소한 것이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을 경우 형사소송법이 정한 불이익 변경금지의 원칙에 따라 고씨가 항소심에서 작량감경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이란 피고인이 항소 또는 상고한 사건이나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 또는 상고한 사건에 대한 상소심이 원심판결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 원칙도 피고인 측과 검찰이 서로 상소할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검찰의 항소는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을 무력화해 고씨에 대한 감형 가능성을 차단하고 구형량대로 사형을 받아내겠다는 공판 전략인 셈이다.
고씨는 지난해 8월 30일 오전 1시30분쯤 나주의 한 상가형 주택에서 잠을 자고 있는 A(8ㆍ초등1)양을 이불에 싼 채 납치해 인근 다리 밑에서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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