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극단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14~24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하려던 연극 '한강의 기적_박정희와 이병철과 정주영'(정진수 작ㆍ연출)의 대관이 취소됐다. 작품 내용과 대관 경위를 놓고 연극계에서 비판이 일어 입길에 오른 작품이다. 민중극단은 이 작품을 같은 기간 서강대 메리홀로 옮겨서 공연하겠다고 밝혔다.
아르코예술극장을 운영하는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HanPACㆍ이하 한팩)는 대관 승인 절차에 오류가 있어 이 작품의 대관을 취소한다고 6일 민중극단에 통보했다.
경위는 이렇다. 민중극단은 당초 유진 오닐의 '얼음장수 돌아오다'로 대관 승인을 받았으나, 한 달 뒤 '식민지에서 온 아나키스트'로, 다시 '한강의 기적'으로 작품을 바꿨다. 한팩의 대관 규정에서 작품 변경은 내부 심의위원회를 거쳐 이사장 결재가 필요한 사항이다. '식민지에서…'는 정상적으로 승인됐으나,'한강의 기적'은 그런 절차 없이 대관 담당 부서가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제목 변경'으로 승인됐다.
민중극단 이종일 대표는 " '한강의 기적'으로 작품 변경 신청서를 냈으나, 절차가 더 간단한 제목 변경 신청서를 내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며 "공연을 일 주일 앞두고 갑자기 대관을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강의 기적'은 박정희 시대의 경제 개발을 다룬 연극이다. 2011년 5ㆍ16 군사정변 50주년 기념작으로 이 작품을 초연한 민중극단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재공연을 기획했다. 아래는 한팩 소식지에 직접 밝힌 취지다. "박근혜 당선인이 한강의 기적을 언급하며 '잘 살아보세'의 꿈을 재현하자고 호소했다. 박 당선인의 이 같은 국정 철학을 역사 기록극의 형식에 담아 많은 국민에게 전파하고자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재공연을 기획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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