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내내 사교육 억제정책을 썼지만, 중∙고생의 사교육비 감소에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해마다 늘어 지난 해 중학생 27만6,000원, 고등학생 22만4,000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특목고에 자율형사립고까지 만들어 중학교 때부터 입시경쟁을 부추긴 고교 다양화 정책의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6일 교육과학기술부가 통계청과 함께 지난해 6월과 10월 실시한 '2012 사교육비ㆍ의식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사교육비 총 규모는 19조원으로 전년 대비 1조1,000억원(5.4%),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4,000원(1.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교육비 통계 조사를 한 2007년 이후 전년 대비 사교육비 총액이 1조원 이상 떨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사교육비 총액이 줄어든 것은 학생 수가 672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26만6,000명이나 감소한 이유가 크고, 특정 학령기와 특정 과목의 사교육은 되레 심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초등학생 사교육비는 7조7,554억원으로 전년보다 14.3% 줄었지만, 중∙고생은 각각 6조1,162억원, 5조1,67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9%, 1.7% 증가했다. 2007년과 비교하면 중학생은 5,042억원, 고등학생은 9,498억원이 늘었다.
1인당 사교육비도 초등학생은 전년보다 9.1% 줄어 월 21만9,000원을 기록했지만, 중∙고생은 각각 5.3%, 2.8% 증가했다. 특히 중학생의 월 평균 사교육비는 전 학령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를 물었더니(복수응답), 부모들의 응답은 '학교 수업 보충'(73%), '선행학습'(42.5%), '진학준비'(25.1%), '불안심리'(18.9%) 순이었다.
교과부는 방과후 학교 정책이 사교육비 감소에 효과를 봤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초등생의 방과후 학교 참여율(52.6%)이 2010년(45%)보다 7.6%포인트 높아졌고 이 시기 1인당 사교육비도 10.6% 낮아졌다는 것이다. 신익현 교육기반통계국장은 "같은 기간 사교육비가 오른 중ㆍ고생은 방과후 학교 참여율이 0.6%포인트, 6.0%포인트 낮아졌다"며 "방과후 학교 참여학생의 연간 평균 사교육비가 미참여 학생보다 43만8,000원 적었다"고 설명했다.
교과부의 자평과 달리 시민단체는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 억제정책에 낙제점을 줬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특목고, 자사고, 영재고, 일반고로 서열화된 고교제도가 중학교부터 사교육에 돈을 쏟게 하는 주 원인"이라며 "사교육을 팽창시키는 정책을 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방과후 학교로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호도하는 건 불을 지르면서 동시에 끄려고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선행학습 상품 판매 금지, 고교 서열화 해소, 내신과 대입에서 정규 교육과정의 수준을 넘어선 시험문제 출제 금지 등 사교육의 수요 자체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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