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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2월 7일] 도스토예프스키의 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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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2월 7일] 도스토예프스키의 면모

입력
2013.02.0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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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악덕 출판업자와 불리한 계약을 하게 된다. 계약 내용은 한 달 안에 장편소설 한 편을 탈고해야 한다는 것. 간질과 빈곤 두 가지 재앙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던 이 대작가는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금전적으로 엄청난 불이익을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고민 끝에 도스토예프스키는 안나 그리고리예브나라는 속기사를 고용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소설을 구술하고 안나는 그것을 속기로 받아 적는다. 작업은 놀랍게도 26일 만에 끝난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작품이 바로 소설 이다. 작가와 속기사의 관계로 처음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이후 서로 사랑을 느끼고 결혼까지 이른다. 속기사에서 대문호의 부인이 된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예프스키는 나중에 회고록을 남기게 되는데, 책 속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중년부터 말년까지 14년 동안의 삶을 정밀하게 묘사한다. 남편으로서의 도스토예프스키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다음의 삽화는 특히 정겹다. 안나가 임신을 하자 길눈이 어두웠던 도스토예프스키가 언제라도 산파를 부르러 갈 수 있도록 미리 길을 익히기 위해 매일 산파의 집까지 산책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나가 고열에 시달리며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신심 깊은 사제의 집에 찾아가 통곡하며 그녀 없인 살 수 없다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대작가의 진솔한 사랑 앞에서 올겨울 추위도 견딜 만하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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