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에 대해 공감이 가질 않는다. 마치 선량한 피해자인 것처럼 표현해 놓았는데, 애초에 이 사람들은 투기적 이득을 얻을 생각이 아니었나? 투자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는 것이고, 사업은 시행이 지체가 될 수도 있는 것인데 본인들이 미래가치만 믿고 빚내고서는 어쩌란 말인가?' (2일자 16면 '"용산개발 꿈이 빚폭탄 악몽으로" 서부이촌동 절규' 제하 기사에 대한 '스누피'님 등의 댓글 의견입니다.)
지난해 12월 서부이촌동에서 운영하던 한식당 문을 닫은 조모씨는 요즘도 막노동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조씨 말고도 폐업한 소자영업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자 했을 뿐인데, 상권이 죽으면서 그들에게 남은 것은 빚 뿐이었습니다.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부지를 서부이촌동까지로 확장하면서 빚어진 일입니다.
'대박 꿈꾸고 빚내 투자했다가 쪽박 차게 되니 남 탓한다'는 누리꾼님들의 지적, 일편 타당합니다. 하지만 이곳 2,200여 가구 중 빚을 내 집을 산 사람은 소수입니다. 그보다는 상권이 무너지자 다른 곳에서 사업을 해볼 요량으로 살고 있는 집, 갖고 있는 땅을 담보로 대출받은 가구가 대다수입니다. 2010년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시행업체의 말만 믿고 대출을 받았지만 높은 은행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이들 중 상당수는 파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보상은 아직 진척이 없는데다 내달 자본금 부족으로 용산개발사업이 부도날 것이라는 말도 나돌고 있어 대출받은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들도 피해자인 셈입니다.
총 사업비 31조원,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란 화려한 수사 뒤에는 이 같은 어두운 그늘이 있습니다. 무너지는 상권과 영세자영업자의 폐업, 낮은 원주민 재정착률, 전세 난민 양산 등 대형 개발사업, 재개발의 폐해는 비단 용산개발사업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리고 이 같은 폐해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대게 일반 서민 혹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화려함 뒤에 숨은 대형 개발사업의 일그러진 면을 한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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