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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nning and Tastemaking Names (유행하는 언어의 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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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nning and Tastemaking Names (유행하는 언어의 유희)

입력
2013.02.0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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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에 그냥 ‘커피숍’ 이라고 쓰여진 곳은 없다. ‘coffeeshop’ 같은 보통 명사는 간판도 없는 그냥 커피숍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franchise coffeeshop 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골목에 들어가면 구멍 가게 같은 커피숍이 더 많다. 이런 현상은 세계인의 도시 New York City에서도 나타난다.

NYC의 Brooklyn 에는 Fish & Sip 이라는 식당이 있다. 제목만 보면 ‘생선 전문 식당’ 처럼 느끼겠지만 sip 이라는 단어로 보건대 ‘생선도 먹고 차도 마시는 곳’ 일 것이다. 밖에서 보면 허름한 술집(dive)처럼 보이는데 간판은 ‘Fish & Sip’ 이므로 ‘take-away food’ 일 것도 같다. 그러나 들어가서 메뉴를 보면 생선 요리만 4페이지나 되고 pasta, sandwich도 판다. 물론 wine과 일반 주류도 있고 tea나 coffee도 있다. 그런데 간판은 Fish & Sip이다. Sip은 tea처럼 뜨거운 음료를 찔끔찔끔 마시는 것이므로 찻집으로 오인하기에 충분하다. 이 식당이 취급하는 음식과 음료 주류의 내용은 간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 간판을 만든 배경을 주인에게 물으니 ‘두 단어의 i음을 겹치게 사용하여 흥미로운 리듬을 시도한 것’ 이라고 말했다. 순간, 하수구(drain) 막힌 것을 뚫어주는 배관 공사 회사명 Drain Brain이 떠오른다. 재치 있는 이름의 효과다.

이런 식의 말장난이나 ‘흥미로운 이름 짓기(paronomasia)’ 를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Cicero)도 지적 유희와 수사학적 기술이라고 칭찬했다. 일부 학자는 성경에 나오는 이름이나 유래를 보면 Jesus도 놀라울 정도의 언어적 유희를 즐겼다고 주장한다.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you are Peter, and upon this rock I will build My church, 마태복음 15장 16절~)’ 의 구절을 분석해 보면 Peter라는 이름이 그리스어 petra(=rock)에서 따 온 것으로 베드로(Peter)의 이름을 즉석에서 분석하고 활용하여 설교에 응용한 셈이다. 덴마크 출신으로 미국에서 위트 넘치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로도 유명한 지휘자 Victor Borge는 무대 위에서 음악의 아버지 바하(Bach)를 설명하며 ‘There are three Bachs - Johann, Sebastian and Offenbach, I often bark myself.’ 라고 익살을 떨었다. 생각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디지털 시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재미와 익살과 유머가 언어적 유희로 녹아난다. 그것이 상호나 간판이든 즉석의 재치 있는 말장난이든 누구와도 나눌 수 있는 간단하고도 효과 있는 소통의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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