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해외에서 1조원이 넘는 대규모 벤처 펀드를 조성한다. 본격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외 벤처기업을 미리 발굴해 육성하거나 인수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샌드힐로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조2,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펀드를 조성하는 이유는 미국 내 첨단기술과 혁신의 본산인 실리콘밸리 벤처기업들에 투자하거나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먼저 1억 달러 규모의 삼성촉진펀드를 만들어 초기단계 기업을 포함해 다양한 혁신 프로젝트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실리콘밸리에 전략혁신센터(SSIC)를 개설하고 한국과 이스라엘 등에 지사를 마련했다. SSIC 센터를 관장하는 손영권 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번에 조성된 펀드는 주로 부품과 소재 등과 관련된 기업이나 연구센터 등에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또 기존 10억 달러 규모의 '삼성벤처스 아메리카펀드'를 통해 다양한 규모의 해외 기업들에 투자하거나 M&A를 진행 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펀드 조성의 핵심은 삼성이 현지의 가능성 있는 기업을 지원해 향후 전세계적인 협업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M&A 뿐 아니라 우호적 관계에서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지분투자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만큼 협업의 범위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SSIC는 투자뿐 아니라 기업가와 혁신가들이 기술개발과 사업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삼성이 멘토십을 제공하는 한편 제품개발과 시장진출 등을 공동 진행할 방침이다. SSIC는 투자의 일환으로 올해 중 실리콘밸리에서 기업가들과 예술가, 엔지니어 등 혁신가들을 대상으로 '삼성크리에이트 챌린지'라는 혁신경진대회를 열어 우승자에게 1,000만 달러의 초기 투자자금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최근 실리콘밸리 내 기존 반도체 사업부 건물을 확대, 재건축하고 연구법인도 새 건물을 지어 이주키로 하는 등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앞서 인근 팰러앨토에 초기 단계의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개방혁신센터(SOIC)도 지난해 10월에 신설했다. 손 사장은 "포스트 PC시대로 옮겨가면서 향후 몇 년 내 모바일과 클라우드 등에서 쏟아지는 빅데이터로 촉진되는 엄청난 기회와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며 "삼성은 이 혁명의 중심에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 사장은 퀀텀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지사장, 에질런트테크놀로지 반도체부문 사장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수 차례 성공적으로 기업을 창업한 뒤 지난해 8월 삼성에 영입됐다. 그는 "이번 실리콘밸리 투자계획은 다양한 형태의 투자와 지원 등으로 기업가나 혁신가들의 혁신을 촉진하고 더불어 삼성의 기술과 글로벌 브랜드가 제고되는 상생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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