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 임박 징후가 속속 포착되는 상황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해외 출장을 떠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 위기에 안보 당국 수장이 며칠씩 자리를 비우는 일은 드물다. 방위산업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치적을 부풀리려는 집권 말 청와대의 조바심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국방부는 5일 "김 장관이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국방 분야 협력 증진을 위해 7일까지 사흘 간 사우디아라비아를 공식 방문한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양국 정부 간 국방협력 협정을 맺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 장관이 양국 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관심과 성원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긴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도 살만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 출장은 국익 차원에서 불가피했다는 게 국방부 측 설명이다. 현 정부 집권기에 시작된 일인 만큼 현 정부가 끝나기 전 성사되기를 사우디아라비아 측이 원한 데다, 살만 장관이 차기 국왕으로 지명된 왕세제여서 일정을 미뤘다가는 다시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의 1.5배 가량인 462억달러(약 50조원)를 국방비로 쓸 만큼 방위산업 분야 시장이 크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국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언제 감행할지 알 수 없는 시기에 반드시 김 장관이 자리를 비워야 했는지는 논란거리다. 당장 6일 열리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김 장관 대신 정승조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북한 핵실험 관련 현안 보고를 할 예정이다. 국방위 소속 민주통합당 안규백 의원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오늘 내일 하는 위중한 상황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국방장관의 국내 부재는 커다란 안보 공백으로 봐야 한다"며 "이달 중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현 정부의 마지막 업적 쌓기를 돕기 위해 이처럼 적절치 못한 처신을 했다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합참의장과 국방부 차관이 북한의 핵실험 때 대비할 수 있도록 유사시 상황별 매뉴얼 등 모든 준비가 갖춰져 있다"면서도 "김 장관이 협정 체결 이후 일정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키로 했다"고 해명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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