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두고 최근 대통령직인수위 주변에선 "혹시나 했는데 역시"라는 얘기가 곧잘 나온다.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 이후 '밀봉 인사'에 대한 비판론으로 정치권에선 일부 스타일 변화를 예상했지만 빗나갔기 때문이다. 5일로 새 정부의 출범(2월 25일)까지 20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박 당선인의 '깜깜이 인선'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당초 박 당선인이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오찬을 시작하고 당 지도부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 지난달 30~31일을 기점으로 "박 당선인이 인선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왔다. 이전까지 박 당선인이 외부 일정 없이 자택에서 인선에 전념한 전례와 비교한 데 따른 것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30일 강원 지역 의원 오찬을 시작으로 5일 경북 지역 의원 오찬까지 1주일 가까이 의원들과 '식사 정치' 자리를 가졌다. 때문에 여기서 총리 등 인선에 대한 얘기도 오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초반 인사청문회 방식에 대한 우려가 일부 언급된 것을 제외하곤 인선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식사 정치와 인선이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다만 이날 경북 지역 의원 오찬 자리에서 인선 지연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 "처음부터 잘못되면 다 어려운 거 아니냐"며 "국민이 걱정 안 하시도록 잘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박 당선인으로부터 총리 및 장관 제안을 받은 후보자들이 고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군에 오른 고위급 인사 중 상당수가 과거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증여세 탈루 전력 등으로 인해 검증이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할 것을 우려해 총리나 장관직 제안에 먼저 고개를 젓는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자신보다는 가족들의 반대로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김 전 후보자처럼 검증 과정에서 가족들의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고위직 후보군에 들어가는 인사로부터 '나도 잊고 있던 과거 사실이 드러나 낙마하면 나는 물론이고 가족들이 받을 상처 때문에 제안이 와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이 검증에 더욱 주력한 뒤 설 연휴 직전 총리 후보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인수위 주변에선 여야가 26일 임명동의안 처리에 합의한 것을 감안해 6일 발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여권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유력한 총리 후보로 안대희 전 대법관이 급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빈함이 강점인 조무제 전 대법관과 김진선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의 이름도 거론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각 정부 부처의 전문 인력까지 포함된 인사검증팀이 사전 검증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총리 후보자 지명이 설 연휴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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