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가 주도하는 일본의 무제한 금융완화가 한국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는 일부 수출 중심 대기업 및 관련 연구소의 과장된 분석이라는 반론이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막연한 위기론에 흔들려 무리한 환율 방어에 나서기 보다는, 경제 정책의 중심을 엔화가치 하락(엔저)ㆍ원화가치 상승(원고)에 따른 수입 원자재(원유, 곡물 등) 가격 하락의 온기가 서민경제 전반에 미치는데 둬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5일 "엔저ㆍ원고에 따른 급격한 수출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한 국내 대기업은 ▲해외 생산비중 확대 ▲강화된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엔저ㆍ원고의 부정적 효과를 이겨낼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7면
그는 "서민 경제와 직결된 물가안정 측면에서 본다면, 원화 강세는 오히려 긍정적 변화"라며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급격한 변동은 용인할 수 없지만, 일정 수준의 움직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엔ㆍ달러 환율이 90엔선을 넘어간 이후에도 한국의 전반적 수출 경쟁력은 오히려 강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KOTRA에 따르면 해외 바이어와 국내 상사 주재원 2,0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1분기 수출선행지수는 51.8로, 지난해 4분기(50.7)는 물론이고 지난해 1분기(51.6)보다도 높았다. 엔저ㆍ원고로 가격경쟁력지수는 비록 2.1포인트 하락했으나, 품질경쟁력지수(57.5)가 높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별도 작성하는 올해 1분기 수출선행지수(127.2)도 전분기 대비 0.1포인트 개선됐다.
산업연구원 신현수 연구위원은 "수출 대기업의 채산성은 다소 나빠지겠지만, 과거와 달리 엔저ㆍ원고로 수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력 수출품 가운데 반도체ㆍ이동통신ㆍ조선ㆍLCD 등은 아예 엔저와 무관하며, 일부 가격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한 자동차ㆍ기계류 등도 해외 생산물량 확대 등 변화된 여건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연구위원은 다만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수출 중소기업에 대해선 수출 대기업이 채산성 악화를 떠넘기지 못하게 하고, 급격한 외환 변동성 위험에 대비하는 환 변동보험 가입을 독려하는 등 정책적 배려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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