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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기업 '무차별 금융' … 은행들 특성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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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기업 '무차별 금융' … 은행들 특성이 사라진다

입력
2013.02.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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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에 '나홀로 4%대' 금리를 주는 곳이 있다. IBK기업은행은 적금과 예금 등 상품 종류와 상관없이 최대 5,000만원까지 들 수 있는 '신(新)서민통장'을 판매 중인데, 1년 기준 최고 연4.15%를 준다. 사회소외계층은 연7.35%까지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작년 7월 삼성생명과 함께 1조원 규모의 '동두천LNG복합화력 발전소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따냈다. 그간 발전사업은 산업은행 같은 정책금융회사만 참여해 왔는데, 민간은행 처음으로 주관사로 선정된 것이다.

은행들이 저마다 내세우던 특성을 잃어가고 있다. 기업금융 위주던 산업ㆍ기업은행은 개인고객 끌어들이기에 힘쓰고 있고, 소매금융이 강점이던 국민ㆍ신한은행은 반대로 대규모 산업 PF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경기불황 저금리 등 척박해지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집토끼뿐 아니라 산토끼도 잡으러 나서는 격이지만, 자칫 은행산업 생태계의 다양성이 사라져 장기적으로 국내은행 전반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가장 높은 정기예금 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기업은행(1년 기준 최고 4.15%)이다. 또 KDB산업은행은 수시입출금통장인 KDB다이렉트 하이어카운트의 가입자에게 금리를 연3.05%나 준다. 양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이런 파격 금리 정책을 펴는 건 민영화를 추진 중인데다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선 개인고객 유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반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0.2~0.5%포인트 낮은 다이렉트 신용대출 상품도 다음달 출시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시중은행들은 기업금융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영광 풍력발전소), 우리(서남해 해상 풍력발전소), 외환(제주 남동 풍력발전소)은행 등이 발전소 건설PF에 참여했다. 우리은행은 2011년 말 발전PF 전담팀을 만들었고 국민ㆍ신한 등도 지난해 초 발전팀을 신설했다. 최근 정부가 현재 7% 수준인 전력 예비율을 2027년 22%로 높이기 위해 화력발전 1,580만㎾, 신재생에너지 발전 456만㎾를 추가 신설키로 하고 민간투자를 적극 유도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은행간 전문영역이 사라지면서 경쟁이 과열돼 역마진이 생기거나 제2의 저축은행 사태 등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 교수는 "저축은행의 경우 처음 몇 곳만 부동산PF를 할 때는 수익 창출을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모든 저축은행들이 뛰어들고 사업 포트폴리오가 비슷해지면서 수익이 악화되고 결국 경제 전체에 부담을 안겨줬다"며 "아무리 좋은 사업이어도 업계 전체가 한꺼번에 몰려들면 거시건전성, 시스템 건전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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