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0시를 기해 임기를 시작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초읽기에 들어간 북한의 3차 핵실험은 가장 풀기 어려운 난제이다. 취임하자마자 당장 안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향후 5년간 남북관계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박 당선인은 4일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등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은 이런 도발로 어떤 것도 얻을 것이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관련해 유화정책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분도 있지만 그게 아니다" 등의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표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대화와 인도적 지원을 강조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을 꺼내 놓기도 전에 강 대 강으로 치달을 남북관계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리 정부만으로 북한을 설득해 움직일 수 있는 자체 채널이나 압박 수단이 사실상 없는 게 남북관계 현실이라는 점이다. 돌파구를 외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대북 전문가는 5일 "우리로선 마땅한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가 없는 데다 유연성 있는 대북 정책도 현재로선 한계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한국, 미국, 중국이 협력하면서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박 당선인은 북한의 명줄을 쥔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북핵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 단독으로 풀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을 우회로로 삼아 북한을 압박하는 전략이다.
새누리당 소속 한 외교통상통일위원은 "그간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은 반대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제재엔 동참하지 않았는데 박 당선인은 양국의 새 지도부 등장과 맞물려 '한중 신뢰'라는 레토릭 대신 물밑 접촉을 통한 포괄적 논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 당선인은 그러면서도 전통적인 한미 공조와 국제사회의 압박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미국에 파견되는 박 당선인의 정책협의단(단장 이한구 원내대표)이 존 케리 국무장관과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대북 정책에 대한 주요 결정권을 쥐고 있는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아울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을 통해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한 제재 조치를 강화시키면서도 비핵화와 연계되지 않는 대북 인도적 지원 협력은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북한 영ㆍ유아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우선 지원 공약 이행 등이 그것이다. 새 정부 초기부터 제재 카드만 꺼낼 경우 임기 5년 내내 남북 관계가 꼬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 유연성을 관리함으로써 중장기적 남북관계를 위한 대화의 통로는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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