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스님들이 정말 108배를 모두 하는지 안 하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사람이니까. 목사님도 새벽기도 깨울 때 일어날 때 한번에 일어날지 아니면 '엄마 십분 만' 이럴지 궁금하지 않아요? 목사님도 헌금 할지 안 할 지, 신부님도 케이블에서 야한 장면 나오면 멈칫할 지 궁금하지 않아요?"(KBS 개그콘서트 '돌직구 청문회')
"야, 네 정체성은 남자야. 여자 혼자 있다는데 자고 오란 너희 엄마는 뭐야? 무슨 그런 거지 같은 집이 있어?"(tvN 코미디 빅리그 '레드버터')
대한민국 코미디 소재가 갈수록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동안 금기시되던 종교인과 동성애까지 웃음의 소재로 거침없이 활용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집단민원을 제기할 법한 내용인데도 별 탈없이 넘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풍자와 비유에 대해 사회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성숙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재로 치닫고 있지 않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3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신설 코너 '돌직구 청문회'에서 개그맨 황현희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의 종교인들에 대해 독설을 날렸다. 과거 같으면 상상도 못할 내용이다. tvN '코미디 빅리그'는 한술 더 떴다. 개그맨 박휘순은 '명사특강'코너에서 혜민스님을 떠올리게 하는 햇반스님으로 분장해 스님의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생활을 비꼬았다. 명사특강에 이어 방송중인 '부자유친' 코너에서는 목사 아버지와 스님인 아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과 사건을 소재로 한다. 또한 1월 26일부터는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하여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방송인 홍석천과 개그맨 리마리오를 동성애 커플(레드버터 팀)로 등장시킨 '마초맨'코너도 방송중이다. 이 코너에서는 남남커플이 성적인 농담을 노골적으로 주고받는다.
이에 대해 시청자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회사원 김현진(26)씨는 "외국의 경우 성직자나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코미디가 활성화 돼있다"며 "코미디를 코미디로 보면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주부 이경숙(56)씨는 "온 가족이 함께 보는 TV 프로그램에서 특정 종교를 비하하거나 동성애를 조장하는 듯 한 내용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볼 때면 당황스럽다"며 "표현의 수위와 내용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tvN '코미디 빅리그'를 연출하고 있는 김석현 PD는 "정치나 종교, 동성애 등의 특정 소재에 무조건 알레르기 반응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05년 개그콘서트에서 '출산드라' 코너를 선보일 때만 해도 하루에 1만 건의 비난 댓글이 게시판에 올라왔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우리 사회의 용인도가 확장되고 표현의 범위가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코미디 빅리그' 시청자 게시판에는 종교와 동성애를 소재로 한 코미디 방영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댓글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정치 풍자 코미디의 경우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높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 코너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언급한 내용에 대해 행정지도 조치를 취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존대말을 하면서 풍자를 하기는 어렵다"며 "코미디는 기본적으로 강자에 대한 풍자와 권위 해체를 골격으로 하는 장르의 특성을 무시하고 표현 수위만 지나치게 따지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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