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단순 복고 넘어 생동하는 무대 상처난 삶 위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단순 복고 넘어 생동하는 무대 상처난 삶 위로

입력
2013.02.05 12:23
0 0

"우리 동네 담배 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

송창식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극장 안은 일순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그 가게, '행복 상회'에는 행복과는 담 쌓고 사는 사람들이 하루 하루를 버티며 1980년대식 서민의 삶을 재현한다. 뮤지컬 '담배 가게 아가씨'는 주크 박스 뮤지컬이라는, 자칫 상투적이기 십상인 형식 속에 꼬질꼬질한 삶의 진실을 담으려 애쓴다.

무대 왼편의 구멍가게에는 88담배와 아리랑 등 기억 속의 담뱃갑들이 진열돼 있고. 오른편만화방에는 후줄근한 만화책들이 도열해 있다. 갓 출소한 아버지는 구멍가게를 꾸리며 간신히 살아가는 딸을 찾아와 도망간 아내를 불러오라며 딸의 따귀를 후려친다. 느리고 처량한 발라드 선율은 이들을 둘러싼 불행만큼이나 끈끈하게 객석을 휘감는다.

B급 정서가 제격인 상황이지만 무대에는 생명력이 가득 넘친다. 추리닝, 교련복 차림의 동네 총각들은 힘차게 노래를 부르며 그들의 삶을 긍정한다. 때로는 싸이의 말춤 동작도 가세한다. 특히 눈을 끄는 인물은 싸구려 드레스 차림의 푼수 다방 레지. 탱고와 소울을 배경으로, 붉은 조명 아래서 동네 건달과 수작 하는 장면은 연극적 생동감으로 넘친다.

"보통 주크 박스 뮤지컬 무대의 단순한 복고가 아닌, '가장 완벽한 신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작ㆍ연출 김지환의 말에 자신감이 넘친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신파극의 상투성은 끝났다는 선언이다. 삶의 실제를 호소력 있게 전하는 적극적 신파가 목표다.

지난해 10월 초연 이래 극중 인물들의 성격을 최대한 밝게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해 온 것도 그래서다. "코미디라 할 만치 밝아졌죠. 주제만 강조하다 보면 요즘 관객이 힘들어 하니까요. 암시만 될 뿐인 어머니를 부각시키는 등 세부적인 줄거리는 공연 내내 계속 바뀌어 갈 거에요."

두 팀으로 나눠진 이번 공연팀의 역동적 앙상블이 돋보인다. 3월부터는 좀 더 큰 무대인 브로드웨이 아트홀로 옮겨서 한다. 28일까지 뮤디스홀.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