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규모의 '승부 조작 스캔들'이 세계 축구를 강타하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유로폴은 4일(이하 한국시간) 2008~11년 사이에 유럽에서 380경기, 비유럽(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에서 300경기를 포함해 총 680여 경기의 승부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수와 심판 등을 포함해 승부 조작 가담자가 15개국 425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게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전망에 축구계가 더욱 긴장하고 있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예선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경기가 포함돼 충격을 던지고 있다. 현지 언론은 축구 종주국이자 세계 최대 시장인 잉글랜드에서도 승부 조작의 정황이 포착됐다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중 2경기가 지목되고 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2009년 10월20일 치러진 2009~10 챔피언스리그 E조 3차전 데브레첸(헝가리)-피오렌티나(이탈리아)전을 대표적인 승부 조작 사례로 지적하고 있다. 원정 경기에 나선 피오렌티나는 4-3으로 역전승을 했고, 전반에만 6골이 터졌다. 덴마크의 한 신문은 2009년 9월16일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2009~10 챔피언스리그 E조 데브레첸-리버풀(잉글랜드) 경기에서 데브레첸의 골키퍼가 승부조작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유로파리그에서도 승부 조작이 일어났다. 독일 검찰은 2009~10 유로파리그 2차 예선 올보르BK(덴마크)-슬라비아 사라예보(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과 같은 해 E조 조별리그 바젤(스위스)-CSKA 소피아(불가리아)전도 승부 조작 경기로 추정하고 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검은 돈'의 유혹이 덮쳤다. 2009년 9월 리히텐슈타인-핀란드전에서 승부 조작 브로커는 주심에게 5만2,850달러(약 5,700만원)를 주고 후반전에 2골이 들어갈 수 있도록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2월 터키에서 열린 볼리비아-라트비아, 불가리아-에스토니아 평가전도 FIFA로부터 승부 조작 의심을 받은 바 있다. 이 경기는 무자격의 심판이 투입됐고, 싱가포르의 범죄 조직이 배후를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폴에 따르면 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근거지로 한 범죄 조직이 전 세계 축구경기에서 승부 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범죄 조직은 약 800만유로(12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으며 선수와 심판 매수에 200만유로(약 30억원)를 쓴 것으로 밝혀졌다.
암세포처럼 번지고 있는 승부 조작의 실체가 드러나자 랄프 무슈케 FIFA 안전국장은 5일 "유로폴이 발표한 대규모 승부 조작 사건은 긴 수사로 이어질 것이다. 사법당국과 스포츠기구 간의 협력 체계를 더 강화하겠다"며 엄중 처벌 의지를 드러냈다. 아시아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의심을 받고 있는 한국은 아직까지 그 어떤 공문이나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의 관계자는 "FIFA나 유로폴 등에서 협조 요청이 온 건 없다"고 말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