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의 땅과 권리를 강탈한 것이 갈등의 핵심이다."(팔레스타인 12학년 교과서)
"이스라엘은 적들에 둘러싸인 신생 국가다. 7마리 늑대들에 둘러싸인 어린 양과 같다."(이스라엘 4학년 교과서)
증오는 교육을 통해 전수되고 있었다. 미국,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연구진이 공동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교과서 3,000여권, 2만 페이지를 검수한 연구 보고서를 4일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양국의 교과서 대부분은 상대방의 역사와 존재를 부정하거나 기술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교과서의 84%가 이스라엘을 부정적으로 묘사했으며 이스라엘 공립학교 교과서의 49%와 종교학교 교과서의 73%가 팔레스타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1948년 시온주의 민병대가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고 고향에서 내쫓았던 역사적 사건 등을 기록하는데 있어 이스라엘 공립학교 교과서가 가장 해석상의 이의를 제기하고 있었다. 마치 일본 교과서가 제국주의 침략을 '진출'로 표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교과서에 실린 지도에서 팔레스타인은 4%, 이스라엘은 13%만이 국경을 표시하거나 상대방을 인정하는 설명을 달았다. 상대방의 국토는 대부분 오려 내져 있고 상대방이 쓰는 지명은 쓰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방을 악마나 비인간적으로 묘사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보고서는 "정보가 없거나 부족한 것은 (학생들에게) 상대방의 정당성을 부정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며 "양측이 평화의 길로 들어서려면 교육 체계 특히 교과서에 개선할 점이 많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다니엘 바르 탈씨는 "교과서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분쟁에 참여하도록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며 "분쟁지역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총격을 가할 뿐 아니라 상대와 자신을 제대로 보려는 노력에도 총격을 가한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에 대해 팔레스타인은 환영을, 이스라엘은 불만을 표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살람 파야드 총리는 "팔레스타인 교과서가 경멸과 선동을 담고 있다는 2009년 주장이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보고서를 철저히 검토하고 공존, 관용, 정의, 인간의 존엄성 원칙에 기반해 학교 커리큘럼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양측의 교육 체계를 수평적으로 비교하려는 시도 자체가 근거가 없고 현실성이 없다"며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교육부를 악의적으로 비방하는데 관심 있는 이들과는 협력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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