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먹는 달콤한 초콜릿은 이렇게 만들어진답니다."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연초등학교 5학년 5반 교실. 아프리카에서 또래 아이들이 날카로운 칼로 카카오 열매를 따고 무거운 짐을 옮기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상영되자 교실이 술렁거렸다.
화면 속 아이들은 10m 가까운 카카오나무에 맨손으로 올라 자신의 팔 길이만한 손도끼로 카카오 열매를 따고 있었다. 또 자신의 키보다 큰 포대에 카카오를 가득 담아 낑낑대며 나르고 마스크나 장갑도 없이 농약을 뿌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몸 곳곳엔 나무에서 떨어지거나 연장에 벤 상처들이 나 있었다. 한 학생은 "우리처럼 공부해야 할 나이에 저렇게 힘든 일을 하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공정무역 단체 아름다운커피에서 진행하는 '공정무역 초콜릿'수업 현장이다. 공정무역은 정당한 값을 내고 사 온 원료로 만들어 생산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주자는 일종의 전 지구적인 캠페인이다. 4~6일 초ㆍ중ㆍ고교 각 한 곳에서 열린 이번 수업은 공정무역 초콜릿을 통해 학생들에게 세계 빈곤과 아동노동의 현실을 알리려는 취지로 올해 처음 이뤄졌다.
강사의 설명이 끝나고 이어진 편지쓰기 시간. 황현정양은 "아무 생각 없이 싼 값에 초콜릿을 사 먹곤 했던 게 미안해진다"며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는 아빠에게 꼭 공정무역 초콜릿을 선물하겠다"고 적었다.
아름다운커피의 박효원 매니저는 "지난해 공정무역 수업을 들은 광주의 한 중학생은 자기 집 인근 대형 마트에 공정무역 초콜릿은 입점이 되지 않느냐고 항의를 계속해 실제로 입점시킨 사례도 있다"며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공감을 통해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 이 수업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커피는 2002년부터 아름다운가게의 공정무역 업무를 담당하다 2009년 지금의 이름으로 공식 출범한 뒤 커피 초콜릿 홍차 등의 공정무역 제품 판매와 생산자 지원 사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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