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시작되자마자 해당 정부 부처들의 반발이 분출하고 있다. 임시국회 첫날인 4일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 통상조약체결권의 산업자원부 이관에 대해"헌법의 골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진영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은"궤변" "부처이기주의" 등의 표현을 써가며 맞받아쳤다. 현 정부 핵심 부처와 차기 정권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새 대통령 취임이 20일도 남지 않았는데 총리 등 주요 직 인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정부조직법개정까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어 새 정부 출범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이다.
김 장관 국회 발언 논란이 커지자 외교통상부는 어제 '조직적 저항'이 아니라고 적극 해명했다. 김 장관의 헌법 관련 발언도 통상기능 이전 자체가 아니라 통상교섭 정부대표 임명 권한에 관한 것이며 "조직보다 정부가 우선"이라는 김 장관의 당초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학자들은 김 장관이 대통령 권한 위임에 관한 사항을 무리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외교장관으로서 이 문제에 대한 관점이 있겠지만 헌법을 거론하며 부당하다는 주장을 편 것은 너무 나갔다는 지적이다.
정부조직 개편 갈등은 외교통상부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일부 조직과 업무를 넘겨야 하는 교육과학기술부, 방송통신위, 원자력안전위원회 등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인수위는 부처이기주의에서 비롯된 반대는 안되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구상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정부 부처들의 반발은 사전 의견수렴과 소통 없이 밀실에서 정부조직개편을 밀어붙인 결과인 측면도 없지 않다.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해당 부처의 견해나 주장을 듣고 개편안에 반영할 것은 반영하는 게 옳다. 중요한 것은 국익과 국민복리다. 각 부처는 자기들만의 이익을 고집하지 말고 인수위측도 당선인 구상이라고 무조건 옹호해서는 안 된다. 국회와 신ㆍ구 정권을 막론하고 국민들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음을 한시도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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