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부 넘게 팔린 민음사의 (전 5권)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베스트셀러의 품격에 맞지 않는 오탈자와 읽기 힘든 고어체 번역 때문이다. 8쇄 최신판은 오류가 많이 고쳐진 상태지만, 3,000부나 찍은 1쇄는 교열을 제대로 거쳤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초판에서는 '예배당의 대력적인 모습이었다'(대략적인의 잘못), '스두 살인데도'(스물두 살), '프랑스를 떨어뜨는 것이 아니오'(떨어뜨리는), '뱅세했지만'(맹세) 등이 눈에 띄었다. 8쇄까지 찍으면서도 여전히 '인형 없는 소녀는… 견뎌내기 힘든다'(힘들다), '노쇠와 소퇴'(쇠퇴), '삼단논법의 맹락은'(맥락), '사브르에 베고'(베이고), '살페트에르 감화원'(살페트리에르), '자베르르'(르가 두번 들어감) 등의 오탈자들이 있었다. 목적격 조사가 생략되거나 엉뚱한 조사가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첫아이는 마지막 인형을 계속한다' 등 무슨 말인지 이해가 불가능한 표현이 등장하고 인칭대명사 '그'를 남용하기도 했다. 이번 책은 1962년 정음사에서 완역본을 국내 처음으로 낸 정기수(84) 전 서울대 불문과 교수에게 2008년 의뢰해 다시 펴낸 것이다. 민음사는 중역과 축역을 배제하고 원문을 충실하게 전달하려 했다고 홍보했다. 원문 대조를 통해 다시 번역하고 한자어투의 말을 우리말로 바꾸었다고 했지만, 고어나 어려운 말도 수시로 튀어나온다.
'조금도 상우거나(상하거나) 검기지(검게 더럽히지) 말고, 그것으로 만들어요', '팡틴은 생활을 위해 다기진(야무지고 당찬) 데가 있었다', '그런 시골 고라리(어리석고 고집 센 시골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들은', '그러한 경감 정상을 수리하시오(죄를 가볍게 한 상황을 알아 두시오)' 같은 표현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독자가 얼마나 될까. 민음사는 틀린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역자를 존중해 고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초 노(老)교수가 원고 수정을 꺼린 탓에 제대로 교열을 못 봤다는 뒷말이 나온다.
모두 5권에 2,556쪽의 방대한 분량을 번역하다 보면 실수가 있을 수 있다. 민음사는 "내부 교열은 물론 외부 교열까지 이중으로 거쳤다. 오류를 계속 수정해서 책을 찍고 있다"고 밝혔지만 개운치 않다. 감수를 거치거나 독자 평가단에게 미리 책을 배포해 오자를 샅샅이 잡아내는 일부 출판사들에 비하면 허술해도 너무 허술한 것은 아닌지. 어쨌든 초기에 책을 산 독자들만 억울하게 생겼다.
문화부 채지은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