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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양악 넘나들며 드라마·영화까지 '생황 팔방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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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양악 넘나들며 드라마·영화까지 '생황 팔방미인'

입력
2013.02.0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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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황은 생김새만큼이나 개성으로 뭉친 국악기다. 입으로 숨을 불어 넣으면 울림통에 꽂힌 여러 개의 대나무 관을 통과해 오묘한 소리를 낸다. 국악기 유일의 화성 악기인 데다 음색도 독특해서 얼른 구별이 간다. 세종문화회관 정면 벽의 부조 '비천상'에서 천녀가 불고 있는 악기,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 여주인공인 기생이 부는 악기가 생황이다.

국악과 양악을 넘나들며, 말마따나 전 방위적으로 생황의 효용성을 널리 알리고 있는 김효영(38)씨. 그를 '생황의 전도사'라 일컫는 것은 어떨까. 그 위에 얹어 예술성도 이뤘다. 아직 미완이라며 낯을 가리지만, 지난해 11월 남산국악당 독주회에서 발표한 '김효영류 생황 산조-허튼 가락'이 그 증표다. "생황이 느린 음악에만 어울리는 악기가 아니라 가야금처럼 휘모리의 속주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죠." 진정한'김효영류'를 위해서는 생황에 더 잘 어울리는 선율과 다양한 가락을 많이 넣어 생황 특유의 화성적 가능성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숙제는 늘 자신을 다그친다.

아르페지오(분산화음)나 텅잉(취구를 혀로 막았다 뗐다 하는 주법) 등 새 주법을 적극 응용하다 보니 자칫 화려한 기교의 전시장처럼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흉중의 철칙이 지켜보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인 아쟁의 산조를 따라하고 싶지만 그 농현, 시김새는 불가했다."악기 특성을 무시한 채 서양 악기로 국악을 연주하거나 국악기로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식의 무원칙한 묘기 대행진은 용납할 수 없었다. 생황으로 소화 가능한 아쟁의 특정 가락을 차용한 '허튼 가락'이 그렇게 탄생했다.

"11년째 하다 보니 생황 특유의 건조한 음색 대신 풍성하고도 부드러운 음색이 가능해졌죠." 호흡 수련과 악기 길들임의 긴 시간 덕이다. 그렇게 가능해진 정통의 대극에

현재와의 호흡이 있다.

레퍼토리 폭이 좁은 생황의 영역을 넓히고자 그는 팝송'문 리버', 드라마 '하얀 거탑'의 테마음악,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연주한다. 중국의 생황 연주자 우웨이가 초연했던 진은숙의 생황협주곡'슈'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17관인 한국 전통 생황과 달리 이 곡은 음역을 확대한 37관 생황을 쓴다. 생황을 좀 더 깊이 알기 위해 2011년 우웨이의 스승인 상하이음악학원의 생황 교수 쉬 라오스를 찾아간 것은 진정한 한국적 생황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열흘 머무르며 37관 생황에 대해 배웠죠. 농현이 현란한 중국 생황에 비해 느리지만 소리가 깊은 우리 생황의 여러 특징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한 계기였어요."

그의 생황은 여러 경계를 넘나든다. 영화 '방자전'(2009) 중 긴장감을 돋우는 대목, 국립발레단의 '왕자호동' 작업 등 인접 공연 분야는 물론 컴퓨터음악과의 작업까지 지평을 넓히고 있다. 2010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프랑스 작곡가의 '불사조의 날개' 를 연주한 이래 동양적 음악을 잘 아는 국내 컴퓨터 음악가와 작업하게 되길 바라고 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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