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배두로, 직업은 ‘승려’다. 아버지는 개신교 목사로 여름이면 승려 아들을 성경학교에 보낸다. 돈을 아끼기 위해 인도로 유학을 갔다가 불법의 힘에 감응을 받아 승려가 된 그는 헤드폰을 낀 채 ‘금강경’을 듣고 목사인 아버지에게 ‘해인사 템플스테이 숙박권’을 선물한다.
tvN ‘코미디 빅리그’가 이 지난 1월 19일부터 선보인‘부자유친’ 코너에서 개그맨 박휘순(36)이 맡은 역할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선보인‘명사 특강’코너에서도‘햇반 스님’으로 웃음을 안겨줬던 그를 마포구 상암동 CJ E&M 사옥에서 만났다. “햇반 스님은 원래 제가 제안한 캐릭터였어요. 요즘의 키워드가 힐링이고 소통이잖아요. ‘햇반 스님이 혜민스님을 풍자하고 패러디한 게 아니냐’고 하는데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에요. 굉장히 착한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통해 웃음을 주려는 의도에 따라 착안하게 됐죠.”
정작 기독교인인 그가 처음 아이디어를 냈을 때 느낀 부담감은 컸다.“사실상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님이 코미디 캐릭터로 나오는 거잖아요. 정말 조심스러웠어요. 종교적으로 시청자들이 굉장히 예민하잖아요.” 그 때문에 그와 다른 출연진, 제작진은 ‘논란’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리허설 때도 몇 번이고 제가 하는 대사나 행동이 특정 종교를 비하하는 게 아닌지를 다각도로 검토해 봐요. 선을 지키기 위해서 덜어내야 할 내용은 과감히 빼죠.”
그는 현재 선보이고 있는 ‘부자유친’에 대해서 자신만의 해석도 내놓았다. “목사 아버지와 스님 아들이라는 현실에서 있기 어려운 설정은 종교 코미디라기보다는 사실 부자간 세대갈등과 불통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장치에요. 제가‘열선이 들어간 목탁을 사줘봤냐?’고 말하는 건 평범한 아들이 나이키 운동화 사달라고 조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죠.”
그는 KBS 공채 20기 개그맨으로 ‘육봉달’ ‘고시생’ ‘봉선이 오빠 봉구’ 등 비주류적 감성이 물씬 풍기는 캐릭터를 소화해왔다. 특히 육봉달의 경우 “맨손으로 북경오리를 때려잡고, 떡볶이를 철근같이 씹어먹으며, 달리는 마을버스2-1에서 뛰어 내리는”이란 대사로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코미디 빅리그’ 출연 이후 1년 반 동안 지상파에서 모습을 감췄다. 또 ‘코미디 빅리그’ 출연 이후 성적도 좋지만은 않다. 이런 자신에 대해 그는 스스로 “해탈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상파에서 활동할 때는 코미디를 설렁설렁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코너 하나로 인해서 인기를 얻을 순 있지만 유지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승패에 집착하기보다는 코미디 그 자체를 즐기고 사랑할 줄 알아야겠다는 ‘자각’이 들었죠.”
그런 ‘개그맨 박휘순’이 원하는 것은 장벽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일이다. “‘사람들이 저에게 개그 소재가 되겠어?’하는 분야나 소재를 가지고 코미디를 해보고 싶습니다.”
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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