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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조직적 여론조작 시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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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조직적 여론조작 시도 의혹

입력
2013.02.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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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29)씨에게 아이디를 제공하고 정부, 여당에 유리한 글을 올린 또 다른 인물(본보 1월 29일자 10면)의 존재가 드러났다. 국정원은 "정상적인 대북심리전"이라고 주장하지만 조직적인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4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8월 28일부터 불법선거운동 의혹이 불거진 12월 11일까지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오유)'와 '보배드림'에 모두 120건의 글을 올린 이외에도 쇼핑정보 공유사이트 '뽐뿌'에서 2개의 아이디로 38차례 정치ㆍ사회 현안에 대해 정부, 여당을 옹호하는 글을 게시했다.

실명확인이 필요한 보배드림과 뽐뿌에서 김씨가 각각 사용한 아이디 2개 중 1개는 자신명의지만 나머지 하나는 일반인 남성 이모씨 이름으로 생성된 아이디였다.

이씨의 흔적은 진보성향 오유 게시판에서도 확인됐다. 여기서는 김씨가 만든 아이디 5개를 이용해 예민한 현안에 대해 정부ㆍ여당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거나 게시글에 추천ㆍ반대 형식으로 찬반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인 이씨의 존재가 드러나며 김씨가 공적인 업무를 수행했다는 국정원 주장은 흔들리고 있다. 경찰은 이씨를 중요참고인으로 조사하기 위해 출석을 통보했지만 이씨는 거부했다. 이씨는 국가공무원법이나 국가정보원법을 적용할 수 없는 일반인이라 경찰은 강제수사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더욱이 경찰의 IP(인터넷상 컴퓨터 고유주소) 추적결과 김씨와 이씨가 글을 올리고 찬반 표시를 한 장소는 달랐지만 이씨의 IP와 같거나 비슷한 IP가 수십 개나 추가로 검색됐다. 같은 인터넷 회선을 사용하거나 한 장소에서 무선인터넷 공유기로 인터넷을 썼다는 뜻이다. 이 IP로 오유에 접속해 김씨나 이씨의 글을 추천하는 등 현안 글에 남긴 찬반 표시는 2,000여건이나 된다. 김씨와 연관된 이씨, 이씨 주변에서 발견된 수십 개의 IP로 미뤄 오히려 조직적인 여론 조작이 시도됐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양파껍질처럼 새롭게 불거지고 있는 의혹에 대해 김기용 경찰청장은 이날 "경찰의 말이 바뀐 게 아니라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국가정보원 여직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과정에 어떤 왜곡이나 은폐도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발표에서 "대선 관련 어떠한 댓글의 흔적도 없다"고 했다가 "글을 올린 흔적은 있지만 사적인 내용이다"로, 최근에는 "김씨가 대선을 앞두고 정치·사회 이슈 등과 관련해 120개의 글을 올렸다"로 말을 바꿨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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