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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동산 시장 '무늬만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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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동산 시장 '무늬만 호황'

입력
2013.02.0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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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물건 있어요. 늦기 전에 보세요."

2일 오후 부산 강서구 명지오션시티 상가 앞. 중년 사내가 쉴새 없이 행인들에게 아파트 이름이 적힌 명함을 건네며 "부근 한신휴플러스 분양률이 85%가 넘었으니 서둘러야 한다"고 유혹한다. 기자가 "동종 업계에 있다"고 떠보자, 그는 "실제 분양률은 60% 정도"라고 말꼬리를 흐리더니 물러섰다.

그의 정체는 건설업체가 미분양을 털 목적으로 고용한 조직분양 영업사원, 이른바 '떼분양 삐끼'다. 거래 건당 수당을 받는 구조라 터무니없는 정보로 투자자들을 현혹하기 일쑤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한신휴플러스가 무차별 전단 살포, 광고물 부착, 텔레마케팅 등 떼분양으로 극성을 부려 초기 30%도 안되던 분양률을 억지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모델하우스에는 주말인데도 손님은 없고 헤드셋을 쓴 직원 100여명만 분주했다.

부산 서부개발의 노른자위로 불린 명지오션시티는 작년 말 인파가 몰리는 '분양대전'을 치렀다.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서울, 수도권과 달리 훈풍이 불었던 것이다. 지은 지 15년 넘는 아파트가 별다른 호재 없이 1억원 올랐다는 소리도 들린다.

관련 통계 역시 이를 입증한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2년간 부산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21.6% 급등한 반면 인천은 6.4% 하락했다. 작년 1월부터는 두 지역의 평균 매매가격마저 역전된 상태다. '지방 집값은 수도권보다 낮다'는 부동산 통념이 깨진 것이다.

그러나 현지에서 살펴본 실상은 달랐다. 인위적인 분양가 끌어올리기, 외지인들의 먹튀, 편법 영업, 공급 과잉 등 그간 잠복했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무늬만 호황이었던 것이다.

최근 미분양 사태에 시달리는 명지오션시티는 이미 분양을 마친 아파트의 분양권 가격마저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업소 곳곳엔 '분양권 전문', '두산 급매'라는 현수막이 어지럽다. S부동산 전모(46)씨는 "청약 광풍, 분양 대박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부산 시민들만 손해를 봤다"고 푸념했다.

사정은 이렇다. 부동산 경기가 그나마 나았던 2011년 외지에서 온 투기세력은 '점프통장'을 악용했다. 점프통장은 청약 가점이 높은 다른 지역 거주자의 청약통장을 대량으로 사모아 해당 지역에 위장 전입해 당첨된 뒤 웃돈을 얹어 분양권을 되파는 수법. 당연히 가격에 거품이 낄 수밖에 없다. 점프통장에 조직폭력배가 개입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A부동산 유모(53)씨는 "당시 새벽부터 모델하우스마다 진을 쳤던 떳다방 업자들이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을 부산 사람들에게 팔았다"며 "현재는 대부분 프리미엄이 사라져 깡통 아파트나 다름없다"고 하소연했다. 3월 입주를 앞둔 두산위브포세이돈은 마이너스프리미엄이 2,000만원까지 붙은 물건도 등장할 정도다.

여기에 작년 말 5개 아파트 동시 분양까지 겹쳤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수년 전 입주가 끝난 아파트 역시 시세는 추락하는데 거래는 없다. 공급 과잉 여파는 주변으로 번져 작년 말 현재 부산지역 미분양 아파트가 전달보다 463가구 늘어난 5,784가구에 달했다.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해운대 초고층 주거지역인 마린시티의 아파트 시세도 평균 5~10% 하락했다.

부산=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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