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에서 2년 간 한국제협력단(KOICA)의 봉사단원 활동을 마쳤을 무렵에 '아 여기서 식당을 열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KOICA를 통해 알게 된 현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6개월 만에 개업했죠."
지난달 31일 오후 7시(현지시각) 튀니지 수도 튀니스의 '에 나스르(성공)'거리에 위치한 아시아 식당 '르 밤부'. 나현정(30) 사장은 우리에게 아직은 멀고도 생소한 나라, 튀니지에서의 창업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아프리카의 아랍문화와 프랑스 풍이 짙은 유럽의 음식문화가 섞여 있고 좋은 날씨와 지중해 덕에 신선한 식재료가 풍부한 튀니지는 요리사로서 저에게 굉장한 매력을 가진 나라"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특성화고인 조리과학고를 졸업하고 강남의 유명 제과점을 거쳐 지난 2008년 외국계 호텔의 조리부에서 일하던 그는 "아무리 비싸게 팔린다 해도 먹을 게 풍족한 우리나라에서 쉽게 남겨지고 쓰레기통으로 처 박히는 음식들을 볼 때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재능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그는 KOICA가 튀니스의 한 관광학교에서 아시아 음식 조리를 지도할 봉사단원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사표를 던졌다. 그때 25살. 그렇게 튀니스에서 KOICA단원으로 2년을 활동했다.
그 뒤 음식을 통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우정을 나눴던 현지인들의 도움에 힘입어 나씨는 육개장과 짬뽕 등 한국 음식을 비롯한 일본과 중국, 태국 등 아시아 음식을 주 메뉴로 하는 식당 '르 밤부'를 개업할 수 있었다.
나씨는 "가게 자리를 구하는 것부터 식재료 구매처를 정하고 수작업으로 인테리어를 마치기까지 힘들어서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지만 튀니지 친구들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튀니지의 한국교민 숫자는 200명 미만. 수도 튀니스에서도 아시아 음식점이라고는 일본 식당 두 군데가 전부였을 만큼 아시아 문화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지만 나씨는 개업 1년 반 만에 현지 단골 고객들이 매출의 80%를 차지할 만큼 안정적인 단계로 들어섰다. 나씨 말고도 이집트, 네팔, 볼리비아 등 전세계 20여개국에서 30여명 가량의 전직 KOICA단원이 현지 창업을 통해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수경 KOICA 홍보관은 "전직 봉사단원들에게 중요한 현지의 시장정보와 창업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중소기업청,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외교통상부 등과 자금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튀니스(튀니지)=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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