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피해구제 및 권익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소비자원 등 소비자단체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주목된다. 이는 피해 당사자가 아니어도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추진 중인 집단소송제보다 훨씬 강력한 제도라는 평가다.
공정위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은 4일 이런 내용을 담은 '단체소송의 범위 확대를 위한 제안'을 공정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 제안이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에 부합한다고 보고 적극적인 검토에 나섰다.
소비자원 박희주 법제연구팀장은 "기업의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본 개인이 소송을 제기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최근 늘고 있는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소비자원과 소비자단체가 피해 소비자들을 대표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개인의 경우 피해 금액이 작고 정보력과 교섭력이 떨어져 실제 소송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 한 명이 소송을 내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들이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구제받는 집단소송제가 현재 논의되고 있지만, 역시 소송 주체가 개인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원은 구체적으로 ▦소비자원과 소비자단체에 피해 소비자들을 대표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자격 부여 ▦피해 소비자들을 대리해 소액사건심판을 수행하는 방안 ▦민사단독사건의 경우 법원이 소비자단체에 소송대리를 허락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단체소송제도는 해외에서도 적극 도입되고 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국가들은 '집합소송', '그룹소송' 등 다양한 명칭으로 소비자단체가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공정위는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으로 제시한 정책 방향에도 부합하는 만큼, 소비자단체에 소송대리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성구 공정위 서울사무소장은 "박 당선인은 정부가 소비자기금을 통해 소송을 진행하는 개인을 지원해주는 공약을 내놓았다"며 "이는 넓은 의미의 단체소송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체소송을 주도할 한국소비자원의 성격이 공공기관이라는 데 대한 우려는 있다. 정부가 소송권한까지 쥐게 되는 격이어서 기업 입장에선 상당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송대리권을 부여할 단체의 자격을 엄격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운광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집단소송제를 강화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만큼 적극 추진해볼 만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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