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이 2007년 충남 태안에서 발생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와 관련, 대전지법 서산지원이 지난달 16일 사정재판을 통해 결정한 보상액(약 7,360억원)을 전면 거부했다. IOPC펀드는 기존에 제시한 보상금액(약 1,844억원)에서 한 푼도 더 줄 수 없다며 5일 서산지원에 이의제기 소장을 접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피해 어민들의 거세 반발과 함께 향후 재판 과정에서 보상액 산정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태안 기름유출 건을 담당하는 서산지원 관계자는 4일 "국제기금 측이 5일 오후 2시쯤 사정재판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며 "서산지원이 보상액 산출 근거로 인정한 어민들의 피해 건수 6만여 건을 모두 부인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IOPC펀드는 유조선의 기름유출사고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주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로, 최대 보상액 한도는 3,600억원이다.
이 지역 어민들은 2009년 12만7,000여 건의 피해 건수를 토대로 약 4조2,000억원의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장을 서산지원에 접수했다. 그러나 서산지원은 이 가운데 6만여 건은 보상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하고 나머지 6만7,000여 건만 인정한 바 있다.
국제기금의 강경한 태도에 이번 사건의 피해 지원을 맡고 있는 국토해양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국토부는 국제기금 측이 서산지원이 결정한 피해 보상액을 일부라도 인정하면 향후 재판 과정에서 국제기금 측과 피해 어민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통해 보상금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제기금이 법원에서 결정된 보상액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 어민들과의 합의를 유도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었다"면서 "국제기금이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나온 만큼 합의 가능성은 물 건너 갔다"고 말했다.
국제기금의 이런 완강한 입장에 따라 향후 재판 과정도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재판 과정에서 보상액을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 어민들 또한 "서산지원이 인정한 보상액이 적다"며 8일까지 피해 건수 8만여 건을 추가 접수하는 등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판이 장기화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민들에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실제 정부가 허베이 특별법에 따라 지난달 23일 피해 어민들에게 지원키로 한 2,000억원도 국제기금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재판이 길어질수록 지원금 지급도 미뤄질 수 밖에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1995년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유조선 '씨프린스호' 침몰 사고의 경우 법원의 중재가 이뤄졌는데도 재판 과정에 무려 9년이 걸렸다"면서 "이번에는 재판이 최대한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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