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에디슨은 1879년 미 뉴저지주 멘로파크에서 백열전구를 세상에 내놓았다. 어둠을 몰아내고 인류의 삶을 변화시킨 이 전구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백열 전구에도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소모 전력의 극히 일부만을 전기로 바꿔 주는'전기 먹는 괴물'이었던 것.
백열전구가 130여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올해부터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전기 소모가 많은 백열전구 퇴출 프로그램을 일제히 가동했기 때문. 대신 그 자리를 저전력 친환경 제품인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채울 전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세계 각국들이 올 들어 백열전구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75와트 백열전구의 생산과 수입을 중지시켰다. 뿐만 아니라 60와트와 40와트 백열전구도 내년까지 생산과 수입을 점차 중단할 계획이다. 100와트 백열전구는 이미 지난해 미국에서 퇴출됐다.
연간 10억개가 팔리는 세계 1위 백열전구 소비국인 중국 역시 올들어 100와트 백열전구의 수입과 판매를 중단했다. 내년에는 60와트, 2016년에 15와트 백열전구의 수입과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2009년부터 100와트 백열전구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한 유럽연합(EU)은 지난해까지 75와트와 60와트 백열전구를 퇴출했다. 일본도 지난해 모든 백열전구의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국내 사정도 비슷하다. 필립스와 오스람 등 외국기업들은 정부의 에너지이용합리화 계획에 따라 75~150와트 이상 백열전구의 국내 판매를 지난해 중단했다. 25~75와트 백열전구는 내년부터 사라질 전망이다.
세계 각국이 백열전구를 퇴출하는 이유는 전력을 빛으로 바꾸는 광효율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 백열전구는 소모 전력의 95%는 열로 방출하고 5%만 빛으로 바뀐다. 반면 LED 전등은 백열전구보다 광효율이 5배 이상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LED 전등의 가격이 비싸다는 점. 따라서 백열전구 퇴출에 맞춰 LED 전등의 가격을낮추는 것이 관건이다. 서울 청계천 조명상가나 대형마트의 조명 매장에서 팔리는 60와트 백열전구는 800원인데 비해 7.2와트 LED 전등은 9,000원이다. 그럼에도 LED 전등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 청계 조명상가 관계자는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수명이나 광효율이 좋아 LED 전등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가격이 더 떨어져야 LED 전등이 완전히 백열전구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이보라 인턴기자 (서강대 수학과 4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