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등을 위탁 생산하면서 근로자 연쇄자살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문제가 됐던 팍스콘 중국 공장이 직접투표를 통해 노조집행부를 선출한다. 경영진이나 공산당이 관리하는 어용노조가 주로 활동하는 중국의 노사관계에 변화를 요구하는 첫 움직임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4일 팍스콘 중국 공장 근로자 120만 명이 중국 내 대기업 노조로는 처음으로 노조(공회)의 대표와 간부들을 뽑는 선거 절차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대만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전 세계 40개 공장을 갖고 있는 팍스콘은 중국에만 14개의 공장을 갖고 있다.
팍스콘은 우선 선거를 위해 설날에 해당하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9~15일)가 끝나는 대로 근로자들에게 투표 방법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교육이 끝나면 선거날짜 등을 확정해 올해와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노조위원 1만 8,000명의 후임을 뽑는다. FT는 "선거 후 5년마다 노동조합위원회연맹 대표(노조위원장) 및 노조위원회연합 소속 위원 20명을 노동자들이 무기명 투표로 직접 선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팍스콘의 노조선거가 향후 중국의 노사관계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는 2010년부터 직선 노조 설립을 권고하고 있지만, 중국 노동법상 노조가 당의 간섭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펑 응가이 홍콩 폴리테크닉대 교수는 "민주사회에서는 노조가 단체 교섭에 실패할 경우 단체 행동이나 파업을 할 수 있지만 중국은 아직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팍스콘의 이번 실험이 일정 수준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자주적인 노조 설립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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