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국내 최초로 출범한 인천경제자유구역. 인천시는 국제비즈니스도시(송도), 동북아 물류허브(영종), 국제금융ㆍ레저도시(청라) 조성을 통해 우리나라의 신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글로벌시티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쏟아냈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장밋빛 전망은 이미 잿빛으로 변했다.
2008년 국제금융 위기 여파와 투자 유치 실패로 대규모 개발사업 상당수가 무산됐거나 기약이 없는 상태이다. 거품이 낀 부동산 경기를 철썩 같이 믿었던 현지 이주민들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 치고 있다. 이는 부동산 경기 호황을 등에 엎고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각종 개발사업을 주도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3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당초 계획된 국제업무타운과 로봇테마파크 등 랜드마크 사업이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이름만 국제도시’에는 아파트단지만 휑하게 서 있을 뿐이다. 최근 하나금융타운과 신세계 복합쇼핑몰 유치 소식이 전해졌지만 도시개발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할 뿐이다. 청라국제도시 입주자총연합회 관계자는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 국제업무타운과 제3연륙교(영종~청라) 연내 착공, 시티타워와 호수공원, 로봇랜드(테마파크) 건립 등 아직도 추진돼야 할 현안이 수두룩하기만 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아파트를 분양 받은 수천명이 “기반시설 미비 등으로 집 값이 떨어졌다”며 시공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최근 분양대금 일부를 돌려 받게 된 영종하늘도시. 법원에서 인정할 만큼 2009년 분양 당시 인천시와 시공사의 약속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았다. 제3연륙교와 제2공항철도 건설에 대한 해법은 아직 마련되지도 않았다. 영종브로드웨이, 밀라노디자인시티 등 개발사업은 줄줄이 중단됐다. 2008년 홍역을 앓은 용유ㆍ무의 개발사업(에잇시티)은 새롭게 출발했지만 사업시행자 선정전부터 무산 기미가 엿 보이고 있다. 정재훈 영종하늘도시 입주예정자대표연합회 부회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3월로 운행이 종료되는 등 교통사정이 열악하지만 속수무책”이라며 “아이를 보낼 학교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상수 전 인천시장의 책임론이 꾸준히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 인천시당에 따르면 안 전 시장 부임 시절인 2003~2010년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외자 유치액은 22억달러(약 2조3,859억원)에 그쳤다. 총 사업비 36조3,693억원의 6% 수준이다. 지난해 외자 유치액은 신고 기준으로 사상최고액인 31억8,200만달러에 달했지만 이 같은 기조가 얼만큼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최혜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인천시가 외자 유치보다는 집을 지어 땅 장사하는 데 매달리다 보니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아파트자유구역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자유구역 개발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이 외자를 빙자한 카지노 자본 유치와 재벌기업 특혜 시비 등이 지금도 끊이지 않는 이유”라고 분개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사업뿐만 아니라 2006년 재선된 안 시장이 잇따라 추진한 인천세계도시축전 개최와 월미은하레일 설치, 2014 인천아시안게임 유치,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 루원시티와 도화구역 개발 등은 인천시가 최악의 재정난에 빠지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 사업들을 신중한 검토 없이 그대로 이어 받은 송영길 시장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인천시 올해 부채규모는 3조3,11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인천도시공사 등 공사ㆍ공단 부채를 합하면 10조원에 육박한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개최를 위해 내년까지 1조5,190억원을,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위해 1조208억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러나‘인천시 재정파탄’의 주역인 안 전 시장은 지난해 18대 대선 후보로 나선데 이어 현재는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에 머물며 다음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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