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학을 전공한 이성복 시인이 앙드레 지드의 소설(문학과지성사 발행)을 번역 출간했다. 지난주 김정환 시인이 (문학동네)을, 소설가 한유주 씨가 루이스 캐럴의 (허밍버스)를 번역 출간한데 이어 다음 주 정현종 시인도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문학동네)을 선보인다. 출판사 편집자들은 "우연하게 맞아떨어졌다"고 말하지만, 지난 한 해 이렇다 할 베스트셀러가 없는 문학출판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시인, 소설가, 비평가 등 문인들의 번역으로 외국 작품을 만나는 일은 심심치 않게 있어왔다. 소설가 최수철 씨가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의 대표작 (문학동네)를 번역했고, 소설가 한강씨는 모프라이스의 동화 (문학동네 어린이)를 번역한 바 있다. 소설가 김연수 씨는 전업 작가가 되기 전 상당수의 영미소설과 동화를 번역했다. 중견 작가인 정영문, 배수아 씨는 창작집보다 번역 작품집이 더 많을 정도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정환 시인의 번역서는 100여 권이 넘는다. 해외문학을 전공한 작가 중, 전업작가들이라면 대개 한두 권 씩 번역한 소설집, 시집이 있을 정도다. 인세만으로 생활하기 힘든 작가들에게 고정수입이 되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은 작가들의 번역을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유명작가가 번역한 경우 특별한 마케팅 없이 신간을 독자에게 알릴 수 있는데, 국내 생소한 외국작가의 경우 효과가 더 크다. 이현자 문학동네 차장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3권 중 김연수 작가가 번역한 이 가장 늦게 출간됐지만, 가장 많이 팔렸다"며 "해외소설을 잘 읽지 않는 작가의 팬들에게 외국 작품을 소개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번역의 질'은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작가의 경우 국내 독자들이 읽기 편한 문장을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유희경 문학과지성사 편집자는 "이성복 시인이 번역한 은 시인이 문학의 길로 들어서는 결정적 역할을 한 작품이다. 편집하면서 다른 출판사의 판본과 비교했는데, 확실히 문장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김영하씨가 번역한 도 1920년대 문어체를 현대적인 구어체로 바꾸고 플롯과 캐릭터에 따라 표현을 수정해 국내 독자들의 이해를 높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책 역시 '김영하 효과'에 힘입어 2만부 이상 출고됐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권 중 베스트셀러 5위안에 꼽힌다.
반면 작가의 문체가 번역에서도 똑같이 반복되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한 평론가는 "모 작가가 번역한 작품들은 다 똑같은 문체라서 오히려 잘못된 방식으로 외국작품을 소개하는 사례"라고 꼬집으며 "작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자기 문장을 가진 번역이 가장 좋은 번역"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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