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후원금 4,500만원을 횡령한 서울 은평구의 숭실고 교장직무대행 A씨.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유죄(500만원 벌금)가 확정됐다. 한 달 뒤 서울시교육청은 A씨의 해임을 요구했지만 재단 징계위원회는 주의를 주고 덮었다.
서울 양천구 양천고 교장 B씨는 학교 돈 1억3,200만원을 토지 관리비나 재산세, 공사비 등 법인 업무 경비로 쓰는 등 19건의 비리를 저질러 시교육청은 해임을 권고했지만, 실제 처분은 견책에 그쳤다.
이처럼 절반 이상의 사립학교가 비리를 저지른 교원에 대한 시교육청의 징계 요구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학의 경우 재단 이사회가 인사권을 쥐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4일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이 2010년 3월부터 2년간 사립학교 현직 교원에 대한 시교육청의 신분상 처분(징계) 요구를 분석한 결과 총 182건(중징계 57건, 경징계 125건) 중 97건(53%)이 감경이나 무혐의 처분됐다.
시교육청이 파면이나 해임, 정직(중징계)을 요구한 57건 중 그대로 처리된 것은 16건에 불과했다. 26건은 감봉 견책 등 경징계로 가벼워졌고, 아예 징계조차 하지 않은 경우도 12건이었다. 경징계를 요구한 125건 중에서도 징계가 아닌 주의나 경고, 불문경고 처분을 하거나 아예 처분하지 않은 경우가 59건에 달했다. 징계 요구를 따르지 않거나 비리가 심한 사학에 대해 시교육청은 시설개선비 등 재정지원을 끊거나 학급 감축 등 제재를 취할 수 있지만 죄 없는 학생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 사실상 제재수단이 없다.
때문에 재단 이사회가 인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현행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김형태 교육의원은 “학생들의 수업료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고 있는 사립학교는 준공립인 셈”이라며 “치외법권인 사립학교도 신분상 처분에 대해서는 공립에 준해 따르도록 사학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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