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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정부 월드컵 올인… 국민은 피로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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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정부 월드컵 올인… 국민은 피로감 호소

입력
2013.02.0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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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이 축구를 발명했다면 브라질인들이 이를 완성했다(The English invented it, the Brazilians perfected it)." 세계 축구계에서 공공연하게 통용되는 문구다. 브라질의 축구 사랑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1950년 월드컵 이후 64년 만에 두 번째 개최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500일도 남지 않았음에도 준비의 속도가 더디기만 해 '완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브라질 현지에서 월드컵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을 통해 그들의 '동상이몽'을 들여다봤다.

개막ㆍ결승전 장소조차 '의문 투성이'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은 브라질 월드컵 D-500 기념일이었다.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우호적인 이야기가 쏟아지고 축제 분위기가 고취돼야 정상이지만 부정적인 시선들로 가득했다. 월드컵의 인프라 공사 진행 상황을 집계하는 민간기구인 '포르탈 2014'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2014년 6월12일까지 83개 공사를 끝낼 예정이다. 하지만 도시 정비 및 국제공항 확충과 관련된 14개 공사는 아직 첫 삽을 뜨지도 못했다. 브라질 월드컵 조직위원회도 "일부 사업이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개막전과 결승전이 열리는 경기장부터 완공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2014년 6월13일 지구촌 최대 축제의 개막을 알릴 이타케라 아레나는 이번 월드컵 유일의 신축 경기장이다. 상파울루에 6만5,000석 규모로 지어질 계획이지만 아직 지지대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타케라 아레나의 공사 관계자인 안토니오 이라니마는 "공사 진행이 60% 정도 이뤄진 상황이다. 개막전까지 맞추려 하겠지만 인부들조차 확신을 못하고 있다"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월드컵 결승전이 예고된 브라질의 '축구 성지' 마라카낭도 상황은 별반 다를 게 없다. 2010년 12월부터 증축 공사 관계로 경기장이 폐쇄된 마라카낭은 지난해 12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4차례나 연기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올해 4월 말까지 모든 리모델링을 끝내고 5월24일 국제축구연맹(FIFA)의 최종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마라카낭은 6월2일 잉글랜드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6월16일부터 시작되는 2013년 컨페더레이션스컵의 최종 리허설을 갖는다는 계획이다.

이미 드러난 월드컵 '역효과'

브라질은 2007년 FIFA에 제출한 자료에서 경기장 신축ㆍ보수 공사 예산을 22억7,500만헤알(약 1조2,420억원)로 제시했다. 2010년 말 50억헤알로 늘더니 지난해 연말에는 70억헤알(약 3조7,620억원)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국제공항 터미널 확충 계획도 예산이 55억6,000만헤알에서 68억2,000만헤알(약 3조6,653억원)로 늘어났으나 공사는 더딘 상황. 이처럼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수도 브라질리아 등 6개 시의 관계자들은 내년 6월까지 완공이 어렵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정부가 월드컵 준비에 돈을 쏟아 부으면서 정작 필요한 공공시설에는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고 있다. 교직자 출신인 카를로스 비우말은 "정부가 예산 100% 중 90%를 월드컵에 편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육과 병원, 공공시설에 돌아가야 하는 예산이 급속히 줄면서 국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며 "과연 월드컵이 서민을 위한 축제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브라질 출신 용병 에닝요(전북)도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으면 좋겠지만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인프라 등 시스템이 미흡하다. 브라질의 월드컵 개최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걱정의 목소리를 높였다. 브라질의 월드컵 개최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비우말도 동의했다. "계획 없이 마구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사실 인프라와 환경 등을 따지면 브라질이 월드컵을 개최해선 안 된다. 월드컵을 통해 경제 성장을 바라고 있지만 실상 투자한 금액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조제 마리아 마린 브라질축구협회 회장은 "브라질 국민에게 축구는 곧 인생이다. 앞으로 살아가는데 힘이 될 수 있도록 월드컵 우승과 파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성공적인 개최를 자신하고 있다.

상파울루=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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