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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2월 5일] 파이의 '공존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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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2월 5일] 파이의 '공존법칙'

입력
2013.02.0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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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는 스페인 출신 얀 마텔의 소설 의 주인공이다. 영국 부커상 수상작으로, 최근 리안 감독이 놀라운 연출감각으로 3D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소설은 열 여섯 살 인도 소년의 표류기다. 파이는 동물원 동물들과 함께 일본 화물선을 타고 인도에서 캐나다로 가다 폭풍우로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부모님까지 잃고 홀홀 단신 구명보트에 간신히 오른다. 그리고 무려 227일 동안 태평양을 떠돈 끝에 멕시코 해안에 도착한다.

■ 구명보트에 비상 식량과 물이 있기는 했지만, 열 여섯 살의 소년이 그토록 오랜 시간을 바다 위에서 버티었다는 사실만 '기적'이 아니다. 구명보트에는 동물 몇 마리가 있었다.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몸무게 200㎏이 넘는 뱅골 호랑이. 파이는 바로 그 호랑이와 단 둘이서 7개월을 함께 버티었고 끝내 살아남았다. 파이 스스로도 "정말 신의 존재를 믿게 하는"그러나 "거짓말 같은"일이라고 말하는'기적'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 파이는 동물조련사가 아니다. 그렇다고 타고난 용기의 소유자도 아니다. 아버지로부터 짐승, 더구나 호랑이는 영혼이 없고, 오직 야생 본능만이 있다고 배웠다. '구조'란 한줄기 빛조차 사라졌다. 결국 호랑이 밥이 될 것이다. 인간조차 자기 생존을 위해 짐승이 되는 망망대해에서 야생의 본능만이 존재하는 호랑이야 말해 무엇 하랴. 그러나 파이 이야기의 기적과 감동은 그 절망적 상황을 공존의 희망으로 바꾸어가는 모습에 있다. 기적은 신이 아닌 인간의 믿음에서 나온다.

■ 파이는 호랑이를 죽이지도,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호랑이도 마찬가지다.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인간과 호랑이 사이에도 아누타섬 사람들의 공존법칙인 연민, 사랑, 나눔, 협동의 '아로파'가 생겨났다. 만약 파이가 바다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주고, 호랑이는 파이를 위해 날아다니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공존의 지혜가 없었다면. 파이의 말대로 둘 다 죽었다. 물론 도 없었을 것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j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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