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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2월 5일] 박 당선인이 경계해야 할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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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2월 5일] 박 당선인이 경계해야 할 리더십

입력
2013.02.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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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정식으로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는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까. 아마 많은 국민들이 궁금증을 갖고 지켜 볼 것이다. 박 당선인이 지금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운영해 온 스타일을 보면 그의 향후 리더십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약간 부정적으로 예상한다면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리더십, 소통 부재의 리더십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가능성의 싹을 최근의 '밀봉인사', '깜깜이 인사'를 비롯해 체계적 검증이 없는 인사, 소통 부재의 인수위 운영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다행히 박 당선인이 많은 언론의 비판을 받고 이런 행태를 개선하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박 당선인 자신이 스스로 애써 경계하려고 해도 조금만 느슨해지면 그는 수직적ㆍ폐쇄적 리더십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왜 그럴까? 첫째, 그는 자신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1974년 8월 15일 이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정치적으로는 유신체제 시기에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가까이에서 지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박 대통령은 원래 시끄러운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비능률적인 정치가보다는 고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행정가로 자처하기를 좋아했고, 그의 그런 기질은 유신체제 시기에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는 의회정치를 철저히 부정하고 주로 청와대 참모를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박 당선인은 이 시기에 자연히 민주적인 수평적 리더십보다는 수직적 리더십을 보고 배웠을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로 그녀는 온전히 자신만의 힘으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두 번 구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녀는 '새누리당의 잔다르크', '박다르크',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아마도 이 경험은 자신의 판단이 언제나 옳았다는 강한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신감이 섣불리 확대되면 그것은 오만과 독선의 폐쇄적 리더십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과거 그가 했던 "지금 저와 싸우자는 거예요?"와 같은 말에서 그런 리더십을 연상하게 된다.

세 번째로 그는 지난 대선에서 개인은 몰라도 어떤 세력에게 큰 빚을 지지 않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지난 선거는 역대 어떤 선거보다 돈 문제와 관련된 잡음이 들리지 않았고, 이는 대기업과 같은 경제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그는 집권하기 위해 과거의 DJP연합과 같이 이질적인 정치세력과 선거연합을 하지 않았다. 이런 점들은 그가 오직 국민의 목소리만 듣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된다. 그러나 이 또한 그에게 과도한 자신감을 심어 주어 자칫하면 독선적 리더십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네 번째로 그의 주변에는 강력하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조언자 그룹이 없는 것 같다. 언론과 국민들은 그가 누구와 상의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지 모른다. 항간에는 그가 국회의원이 된 후 오랫동안 믿고 신뢰해 온 보좌진과 중요한 일을 상의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들이 '노'라고는 말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현상은 그의 리더십을 폐쇄적 리더십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박대통령 시절 청와대 안의 야당 역할을 했던 육영수 여사와 같은 존재도 그에겐 없지 않은가.

만약 대통령이 된 후에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수직적ㆍ폐쇄적 리더십 함정에 빠지게 된다면 많은 국민들은 그의 리더십에서 과거의 어두운 권위주의 정권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그를 찍지 않았던 사람들은 박 전대통령의 지독했던 독재를 연상하면서 박근혜정부를 공격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박근혜정부가 원하지 않더라도 자칫 박 전대통령을 둘러싼 과거사 논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커다란 이념 분쟁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국정은 난맥상을 보일 것이다. 박 당선인은 이런 현상을 미리 예측하고 지금부터 부단히 경계해서 수직적ㆍ폐쇄적 리더십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철순 부산대 정치외교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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