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장 눈이 많이 내린 4일, 경기 용인경전철 구갈역 플랫폼에서 미끄러지듯 역을 빠져나온 전동차가 속도를 올렸다. 4월 말 개통을 앞두고 시운전이 한창인 용인경전철은 눈 쌓인 선로를 헤치며 빠른 속도로 내달렸지만 그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경전철로 인해 용인시는 1조8,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정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혈세가 더 들어가야 할지 모른다. 이용객 규모가 당초 예측했던 인원보다 턱없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4년 용인경전철 추진 당시 예상 이용객은 하루 평균 16만1,000명이었지만 6년이 지난 2010년 경기개발연구원은 3만2,000명으로 20%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수요가 연구원의 예측을 밑돌면 예상보다 큰 적자가 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관리 운영비가 얼마나 들지, 실제 승객 수요는 어떨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전철을 추진하면서 자신과 측근들의 배만 불린 이정문 전 용인시장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이 전 시장은 58억원 상당의 경전철 하도급 공사를 친인척과 측근들에게 돌아가도록 힘을 썼다. 자신도 미화 1만 달러를 받아 챙겼다. 이 전 시장은 부정처사 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돼 1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학규 시장은 취임 이후 전임 시장의 경전철 추진을 강하게 비판해왔지만 용인시는 적자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해결책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승객을 늘리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라고는 고작 무상으로 전 차량과 일부 역사까지 에버랜드 광고판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뿐이다. 이 때문에 경전철 활성화 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 없이 그저 에버랜드에만 의존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박남숙 시의원은 “통합 환승할인 적용 시스템 문제, 수익 창출을 위한 희망적인 계획, 구상 등 세부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이렇다 할 청사진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용인=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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