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미프로풋볼리그(NFL) 챔피언을 가리는 제 47회 슈퍼볼에서 볼티모어 레이븐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볼티모어는 4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뉴올리언스 슈퍼돔에서 열린 단판 승부에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를 34-31로 물리쳤다. 갖가지 화제가 만발한 이번 슈퍼볼은 NFL 역사상 길이 남을 명승부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성사된 형제 사령탑 포스트 시즌 대결은 형의 승리로 끝났다. 존 하보(51) 볼티모어 감독은 한 살 터울의 동생 짐 하보(50) 샌프란시스코 감독의 끈질긴 추격에 진땀을 흘렸다. 전반을 21-6으로 크게 앞서며 낙승하는 듯 했던 볼티모어는 후반 들어 불붙은 샌프란시코의 추격을 가까스로 따돌렸다.
하보 형제는 경기가 끝난 후 그라운드 중앙에서 만나 위로와 축하를 주고 받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존 하보 감독은 경기 후 "이번 경기는 내 생애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동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동생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는 NFL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이자 가장 끈질긴 승부사다. 그가 진심으로 자랑스럽다"고 아우를 격려했다.
샌프란시스코는 30점 이상을 올리고도 슈퍼볼에서 패배한 사상 두 번째 팀이 됐다. 스포츠전문 케이블 ESPN이 '역대 최고의 슈퍼볼'이라고 평가할 정도의 명승부였다. 전반을 21-6으로 크게 앞선 볼티모어는 3쿼터 시작과 함께 제코비 존스가 108야드 킥오프 리턴 터치다운을 성공시켜 28-6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승부는 일찌감치 결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갑작스런 정전 사태로 흐름이 바뀌었다. 3쿼터 1분 38초께 슈퍼돔의 전력 공급이 끊기는 돌발 사태가 벌어졌다. 34분간 정전이 이어진 끝에 재개된 경기에서 샌프란시스코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쿼터백 콜린 캐퍼닉과 러닝백 프랭크 고어를 앞세워 무섭게 따라 붙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는 4쿼터 시작 5분 3초 만에 캐퍼닉의 15야드 러싱 터치다운으로 29-31까지 추격했고 29-34로 뒤진 경기 종료 1분 46초를 남기고 상대 엔드라인 5야드 전방까지 진출, 기적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가 싶었지만 끝내 역전 터치다운을 뽑아내지 못하고 공격권을 넘기고 말았다.
3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한 볼티모어 쿼터백 조 플라코(28)는 MVP에 오르며 NFL 데뷔 5년 만에 '전국구 스타'반열에 올랐다.
델라웨어대를 거쳐 2008년 볼티모어에 입단한 플라코는 주전 쿼터백으로 활약하며 매 시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는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그는 '톱 클래스'로 평가 받지는 못했다. '승부처에 약하다', '강팀을 상대로 한계를 보인다'는 등의 비판이 늘 그의 뒤를 따랐다. 플레이오프에서 여러 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탓이다.
그러나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플라코는 완벽했다. 4경기에서 11번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며 인터셉트를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1989년 전설적인 쿼터백 조 몬타나(샌프란시스코) 이후 처음 나온 기록이다.
플라코는 올 포스트 시즌에서 당대 최고로 꼽히는 페이튼 매닝(덴버 브롱코스), 톰 브래디(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차례로 꺾었고 슈퍼볼 정상에 까지 오르며 '톱 클래스'임을 증명했다. 올 시즌 볼티모어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플라코는 슈퍼볼 우승으로 재계약 협상에서 연봉 2,000만달러(약 217억원) 이상의 '잭팟'이 예상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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