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이 알뜰살뜰 모아 불린 적금 1억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뜻 내놓아 화제다.
현대중공업의 현장 기능인으로 입사, 올해로 26년째를 맞고 있는 박우현(57ㆍ대형엔진시운전부) 기원(사무직 대리급)은 최근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와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00만원씩, 총 1억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전남 곡성군에서 가난한 농부의 6남매 중 맏이로 태어난 박 기원은 어린 시절 지독히 어려웠던 자신의 가정을 십시일반 도와준 이웃들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어 198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하면서부터 남들에 베풀며 살겠다고 다짐, 매월 급여 일부를 떼어 적금을 들었다.
부인 조길자(54)씨도 건설현장과 시장에서 부업으로 틈틈이 모은 돈을 남편의 적금통장에 넣어 함께 불렸다.
이렇게 25년간 시나브로 불어난 적금이 최근 1억원을 돌파하자 박 기원은 주저함 없이 자신과의 약속을 실천한 것이다.
사실 박 기원의 성금 기탁은 주변 동료들 조차 몰랐다. 박 기원이 공동모금회 등에 전화를 걸어 기부방법만 확인한 채 성금을 계좌이채했기 때문이다. 공동모금회 측은 갑자기 큰 돈이 개인 이름으로 들어오자 직장을 추적, 뒤늦게 박 기원의 거액기부 사실이 드러났다.
부서 동료 서명규(49) 기원은 “수십년 함께한 저도 최근 소문을 통해 기부소식을 접하게 됐다”며 “회사에서도 늘 솔선수범해 주위로부터 존경 받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 기원은 “유년시절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관심이 없었다면 이렇게 잘 성장해 행복해질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저의 성금으로 수혜자들이 잠시라도 기뻐한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성금은 박 기원의 뜻에 따라 지역 독거노인과 장애인, 이주정착민 등 소외계층을 후원하고, 재난 시 긴급구호품을 마련하는데도 쓰일 예정이다.
한편 박 기원은 사내 직무서클인 ‘엔진기계 반장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불우이웃 물품지원과 집수리 등 평소 각종 봉사활동에 앞장서왔다. 또 그간 생산현장에서 총 1,512건의 공정개선안을 도출한 베테랑 기능인으로, 지난해 말 ‘대한민국 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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