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가 작년 3월에 발효되었고 이어서 한중FTA 협상이 시작되었다. 올해에는 상당한 진전이 있을 전망이다. FTA는 국가간에 무역을 더욱 자유화하여 무역의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FTA는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부작용도 있기에 적절한 대처방안이 없이 진행하면 오히려 경제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FTA가 경제 전체에는 이익을 준다고 해도 그로 인해 손실을 입는 사람들이 있다. 본래 시장이 자유화되면 경쟁력 있는 분야에는 더 이익이 되고 경쟁력 없는 분야는 더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한미 FTA에서도 수출산업인 자동차산업은 이익을 얻지만 수입산업인 농산물 분야에서는 큰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농민들은 결사적으로 이에 반대하였다. 그런데 장기적, 거시적으로 생각하면 분야별 손익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양극화'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한미FTA 협상 과정에 나타난 극심한 반대 이면에는 양극화 심화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1990년대 이후 진행된 세계화 및 신자유주의로 인한 소득불평등이 한미FTA에 따라 더 심각해지리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중FTA는 양극화라는 면에서 한미FTA보다 더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헥셔-올린' 무역이론에 따르면, 자본이 풍부하고 노동이 희소하여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이 그 반대 상황인 국가와 무역을 하면 미국 노동자들이 손실을 입게 된다. 저임금을 이용하여 생산된 물건이 미국에 많이 수입되면 미국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임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미국 정치인들이 자유무역에 대해 비판하고 한국이나 중국 등으로부터의 수입에 대해 규제할 것을 요구하는 근거가 되곤 한다.
이러한 논리를 한중FTA에 적용해보면, 한국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무역이 자유화될수록 한국 노동자들 특히 비숙련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중FTA 협상에서 중국은 인력이동 자유화, 농수산물시장개방 등을 요구하고 한국은 자동차 석유화학 고급가전제품 등의 시장 개방에 중점을 두는 것을 보아도 이러한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대중국 무역 비중이 2012년 기준 약 20.4%로서 대미 무역비중 9.3%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한중FTA는 한미FTA보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클 것이다. 따라서 무역자유화로 인한 이익이 큰 만큼 양극화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또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는 특정 산업 분야에서 소수 대기업 중심으로 수출이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최근 경제구조 변화로 인해 수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수출이 자본집약산업 위주로 변했기 때문에 고용효과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아웃소싱으로 인해 수입중간재를 많이 이용하므로 국내의 타 기업들에 대한 낙수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탓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환율, 감세 정책으로 대기업을 지원하여 수출증가를 통해 고용 및 소득증가를 이루고자 한 것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책은 결국 경제의 집중과 양극화 심화에 기여하게 되었다. 한중FTA도 자칫 잘못되면 수출분야와 수입분야의 양극화, 동일 산업 내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새 정부는 중소기업을 중시하고 수출과 내수를 동시에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를 운용하겠다고 한다.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의 대기업수출은 자율적으로 하도록 놔두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한중FTA의 협상과정에서도 그대로 지켜져야 할 것이다. 대기업이 거둘 수 있는 과실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고용유발효과가 큰 산업이나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협상에 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근엽 충남대 경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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