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ㆍ경북에서 '홍철'이란 이름의 상징성은 각별하다. 1981년 국토개발연구원 수석연구원부터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건설교통부 차관보, 국토연구원장, 인천대 총장, 대구경북연구원장,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장 등 각계를 두루 거친 이력을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원로의 반열에 오른 그는 경북 문경에서 조그만 집을 짓고 살려던 꿈을 키우던 지난해 12월 느닷없는 통보를 받고 올 1월부터 대구가톨릭대 총장으로 택호를 바꿨다. 12번째 직장이라고 했다. "세상 어떤 일보다 보람있고 사명감이 느껴진다"는 홍철(67) 총장으로부터 대학과 사회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천대에 이어 두번째 대학 총장이다. 대학이 당면한 도전이 만만치 않다.
"우리 대학을 차별화하기 위해 현주소를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우리 대학은 교육중심대학으로 키우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학생을 잘 가르쳐서 취업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올 한해 두루 살펴보면서 한 두개 분야를 특성화할 생각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경산 하양연장사업 국비지원 여부가 올 상반기 결정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양에 있는 대학 입장으로서도 중요할 것으로 본다.
"경산은 물론 대구에서 보더라도 도시철도 연장은 중요하다. 새로 조성되는 대구혁신도시와 첨단복합산업단지의 교통 수요를 꼽지 않더라도 대구는 이미 경산을 경제ㆍ생활권역으로 포함하고 있다. 경산도 기존 대학과 공단, 경제자유구역의 승객 수요 등을 고려하면 도시철도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문제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다. 지역에서는 총 예산 2,279억원 중 900여억원으로 추정되는 지자체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지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끌어내고, 경제성이 높게 나올 수 있는 실체적 자료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 정치적 해결은 플러스 알파일뿐 절대로 기대면 안된다."
-대구경북연구원장 시절 칼럼을 통해 '대학컨소시엄 교토'의 예를 들며 지역 사회와 대학간 협력을 강조했다. 12개 대학이 있는 경산에서 대학을 결집, 지역사회와 같이 하는 협력체를 구성할 생각은 있나.
"경산을 '대학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대학도시 브랜드가 전국에 알려지면 대학의 경쟁력도 동반 상승할 것이다. 이를 위해 12개 대학이 역할을 분담, 공동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마다 크고작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우선 경산시가 앞장서서 구슬을 묶는 작업을 해주기 바란다. 최영조 경산시장도 적극 앞장서기로 했다. 열심히 돕겠다."
-중앙과 지방, 민간과 공공부문을 두루 거쳤다. 지역의 당면 과제와 해결책을 말해달라.
"지자체와 대학의 현실이 비슷하다. 학생 감소와 어려운 재정에 허덕이는 대학이나 일자리 부족과 인재 유출에 시달리는 지자체 모두 효율적 전략을 고심해야 한다. 지역에서 정권이 창출됐지만 막 퍼주는 시대는 지났다. 설득력있는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치밀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 임기도 이달이면 끝난다. 앞으로 지역발전위가 행정위원회로 개편돼야 하고, 기획재정부 내 전담부서로 신설돼야 한다고 제안했다는데.
"참여정부때 균형발전위가 MB정부 들어 지역발전위로 바뀌었으나 실질적 권한이 없이 무장해제됐다. 지역에서 정부를 찾아가면 모든 부서를 찾아다녀야 하는데도 지역문제를 총괄할 콘트롤타워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발전위는 대통령 자문기구라서 큰 역할이 없다. 행정위가 되면 조직과 예산을 갖추고 지역과 여러 정부 부처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역정책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학에서 세번째 평신도 총장이다. 가톨릭과의 인연은.
"집안은 불교였지만 대학 4학년때 해방신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서울 세종로성당에서 영세를 받았다. 세례명은 아우구스티노다."
-각오가 어떤가.
"대구가톨릭대가 12번째 직장이다.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한다. 이전 직장에서도 내일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항상 오늘을 열심히 살고자 했을 뿐이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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