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잇따라 성명과 회의결과를 공개하며 3차 핵실험 강행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내부 결속을 이끌어내 집권 기반을 다지고 대외 협상 주도권도 잡기 위한 이중 포석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중요한 결론'이란 핵실험에 대한 정치적 결단을 뜻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가림막이 설치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서쪽 갱도 외에 남쪽 갱도에서도 북한의 핵실험 준비가 마무리 단계라는 게 정보 당국 판단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거리 로켓 발사 뒤 2개월 안에 핵실험을 했던 게 북한의 종전 패턴"이라며 "지난해 4월 로켓 발사 성공을 가정하고 핵실험을 준비했다면 이미 7월 이전 준비가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군(先軍) 노선'으로의 회귀가 결정됐을 가능성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이 핵실험 성공 후에는 인민 생활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가 다시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다는 식으로 최근 말을 바꾼 것으로 볼 때 아버지(김정일) 노선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정을 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집권 초 선경(先經) 정치의 한계를 느꼈다는 얘기다.
회의 결과 공개는 이날뿐 아니다. 지난달 26일에도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 결과를 공개해 김 1위원장이 '국가적 중대조치 결심'을 표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가 나온 지난달 23일과 24일 북한 외무성과 국방위원회가 핵실험 예고 성명을 낸 데 이어 이처럼 위협 수위를 고조시키는 것은 대내 정치용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정 연구위원은 "미 제국주의와 맞서는 유사 전장(戰場) 상황을 연출, 최고 군사지도자 김정은의 면모를 돋보이게 하고 주민들의 결속도 이끌어내려는 대내 통치 기법 차원"이라고 말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으로부터 정권과 체제 안전에 대한 담보를 받아낼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핵무기란 게 북한 생각인 만큼 핵실험 효과를 극대화해 양보를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했다.
임박한 핵실험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이냐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 고 교수는 "중국과 미국, 한국 모두 집권 초기인 만큼 북한이 강화된 입지로 각국 새 정부와 협상하기 위해 가급적 빨리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극적 효과를 노려 미국 프로 미식축구 '슈퍼볼'이 열리는 4일 오전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 연구위원은 "이르면 김정일 생일인 16일 전후가 될 수 있다"고 짐작했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이 정치 효과 극대화를 위해 악화한 상황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며 "허를 찌르는 타이밍이 될 것"이라고 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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