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요 재벌 중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계열사가 가장 많은 곳은 SK그룹이며, 과징금 규모는 삼성그룹이 가장 많았다. 또 재벌 총수들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호응한 것과 달리, 대부분 재벌 계열사가 하도급 단가 부당인하 등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를 멈추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공정위가 2012년 심의ㆍ의결한 총 300건의 불공정행위 사건에 대한 의결서 전부를 한국일보가 입수,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공정위는 총 300건 중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담합 등 75건에 대해 6,2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10대그룹 재벌 계열사 중 과징금을 맞은 업체는 31개(별도 사건ㆍ중복 계산)였고, 그 규모는 전체 과징금의 3분의 1인 2,194억원에 달했다.
공정위 제재를 받은 계열사가 가장 많은 곳은 SK그룹(12개ㆍ과징금 750억원)이었다. SK그룹은 SK텔레콤, SK건설, SK이노베이션 등 7개 업체가 총수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1조원이 넘는 일감을 몰아줬다가 적발돼 347억3.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삼성그룹은 적발 계열사 기준 2위(9개)였으나, 과징금 총액(813억원)은 주요 재벌 가운데 가장 많았다. 삼성물산이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과 함께 4대강 사업 입찰담합을 한 혐의로 10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게 대표적이다.
현대ㆍ기아차(243억원)와 GS그룹(269억원)은 각각 4개 계열사가 적발됐고, LG는 3개 계열사가 적발돼 49억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한화(18억9,400만원)는 3개 계열사가 제재를 받았고, 롯데와 포스코그룹도 각각 2개 계열사가 의결서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불공정 행위를 유형별로 보면 연간 수조 원의 이익을 낸 현대모비스와 삼성전자 등 핵심 우량 계열사들이 여전히 하청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모비스는 하청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가 드러나 22억9,5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고, 삼성전자도 147개 거래 업체에 대한 하도급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바람에 16억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하도급 단가 부당인하 등과 관련, 박 당선인은 단가 인하분의 10배를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소액 주주의 희생 위에 총수 일가에 이익을 몰아주는 계열사 부당 내부거래와 공정위 조사방해 행위도 끊이지 않았다. 한화는 계열사인 한화폴리드리머에 판매수수료를 과다 지급하다 적발돼 14억7,700만원을, 롯데는 롯데피에스넷이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6억4,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SK와 LG그룹은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별도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 받은 회사는 라면가격 담합으로 적발된 농심(1,080억7,000만원)이었다. 농심은 과징금 영향으로 순이익이 2011년 861억원에서 지난해 2억원으로 급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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