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저가 입찰로 의약품 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회원 제약사들이 의약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막은 한국제약협회에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앙ㆍ부산ㆍ광주ㆍ대구ㆍ대전보훈병원 등 5개 병원을 거느린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지난해 6~7월 실시한 의약품 1,311종에 대한 입찰에서 35개 도매상은 84개 품목을 1원이라는 초저가에 낙찰 받았다. 병원 내에서 처방되는 원내처방 의약품은 1원으로 값싸게 공급하더라도 약국 등 원외처방 의약품에서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저가 낙찰에 따른 약값 인하를 우려한 제약협회는 즉시 임시운영위원회를 열어 소속 제약사들이 도매상에 의약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공문을 발송하고, 이를 어길 때는 제명한다는 결의까지 했다.
제약협회의 이 같은 결정으로 제약사들이 도매상에 의약품을 공급하지 않아 도매상들과 병원, 환자들까지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35개 도매상 중 16곳은 입찰 계약을 포기하면서 계약 보증금(6,000만원)을 날린 것은 물론 앞으로 정부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게 됐다. 계약을 유지한 도매상들은 다른 도매상에서 고가로 약품을 사오는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84개 입찰 의약품 중 49개 품목의 계약이 파기됐고, 35개만 유지됐다. 공단 역시 계약이 파기된 의약품을 다시 고가로 사들여야 했고, 계약이 유지된 의약품도 수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환자 투약이 지연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성구 공정위 서울사무소장은 "제약협회의 이 같은 행위는 의약품 유통시장의 경쟁과 약값 인하를 막아 환자 부담을 키우는 것"이라며 "엄중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제약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 "공정위의 사업자단체 활동지침을 준수하겠다"면서도 "1원 낙찰 등 비상식적 실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복지부와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1원 낙찰제가 의약품 유통을 교란시킨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는 "국공립·특수법인 의료기관이 공개경쟁입찰로 의약품을 구매할 때 최저가 낙찰제가 적용되고 있으나 불합리한 거래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적격심사 낙찰제 적용을 확대하도록 부처간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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