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에 성공하자 정부가 우주를 향한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다. 달 탐사를 당초 계획보다 5년 앞당겨 2020년에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2020년 달에 탐사선을 보낸다고 공약해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우주 선진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아시아 신흥 우주강국인 중국, 일본, 인도까지 달 탐사전에 뛰어들었다. 1960~1970년대 미국과 구소련 간의 '달 탐사 전쟁'이 40년 만에 다시 불 붙는 양상이다. 달 탐사가 국력을 가늠하는 시험장이 된 듯하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우주발사체 기술이 선진국의 83% 정도 수준이라 연구개발(R&D) 투자와 인력을 대폭 늘린다면 2020년 달 탐사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주광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기반연구팀장은 "달 탐사에는 탐사선용 추진시스템과 우주항법기술이 필요한 데 우리는 이를 50~60% 확보했다"고 말했다.
"미ㆍ러, 달 탐사 전쟁 중"
미국의 달 탐사 계획은 1969년 아폴로 11호(닐 암스트롱ㆍ에드윈 올드린ㆍ마이클 콜린스)와 1972년 아폴로 17호(유진 서넌) 등 유인 탐사선을 달에 보낸 것을 끝으로 주춤하고 있다. 천문학적 비용에 비해 실익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달 탐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11년 달 자기장 관측위성 '그레일(GRAIL)'을 발사한 데 이어, 지난달 16일에는 유럽우주국(ESA)과 함께 '오리온(Orion)'으로 명명된 달 탐사용 캡슐을 공동으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또, 5월에는 달 대기와 먼지를 관측하는 궤도 위성 '라디(LADEE)'를 보내고, 2017년에는 무인 달탐사선을, 2021년에는 유인 달탐사선을 쏘아 올릴 예정이다.
이에 뒤질세라 1973년이후 달 탐사를 중단한 러시아도 지난해 4월, 2030년 '유인 달 탐사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15일에는 러시아연방우주국(Roscosmos)이 극동의 아무르 주에 건설 중인 새 우주 발사기지 '보스토크니 코스모드롬'에서 2015년 무인 달 궤도선(Luna-Glob Orbitter)을 발사해 2개의 달 착륙선(Luna-Glob 1, Luna-Glob 2)을 잇따라 착륙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과 2021년에도 달 탐사를 마치고 귀환하는 달 샘플 귀환선(Luna-grunt 1, Luna-grunt 2)까지 쏘아 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발사 기지 건설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제2의 달 탐사전'이 벌어지게 된 것은 인공위성 시장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 때문으로 분석된다. 위성이 군사 목적뿐 아니라 정보통신과 식량 예측, 자원 탐사 등에 적극 활용되면서 위성 개발이 가속화하고 있다. 달 탐사가 자국의 우주기술을 보여주는 최고의 홍보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ㆍ일본ㆍ인도 등도 가세
중국과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신흥 우주국들도 달 탐사전에 가세했다. 이들 국가는 달 관측이나 천연개발이라는 실익과 함께 최근 신장된 국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에서다.
특히 G2국가로 부상한 중국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중국은 2010년 장정(長征) 3A 발사체로 쏘아 올린 달 탐사위성 '창어(嫦娥) 2호'가 달 상공 100㎞에서 달 표면을 관측하는 임무에 성공하면서 달 탐사 계획에 탄력을 받고 있다.
중국은 올해 '창어 3호'에 '로보' 로봇 등을 실어 보내 달 표면의 성분 분석 작업을 시작하고, 2015년에는 '창어 4호', 2017년에는 '창어 5호'를 보낼 예정이다. 2025년에는 유인 탐사선을 보낼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인도는 올해 '찬드리안 1호' 후속 모델인 '찬드리안 2호'를 달에 보낼 계획이다. 인도 정부는 우주 개발 예산을 35%나 늘리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은 2007년 첫 달 탐사위성인 '가구야 1호(SELENE-1)'를 보내 달 기지로 적합한 후보지를 물색한 데 이어, 2018년 '가구야 2호(SELENE-2)'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가구야 2호는 2020년 달 기지 건설에 필요한 달 환경을 조사하게 된다. 가구야는 달에 얽힌 일본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공주의 이름이다. 2025년에는 최초의 유인 탐사선을 띄울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교육과학기술부 주관으로 4월 말까지 '달 탐사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항우연은 이를 위해 2011년부터 NASA의 '루너 임팩터(Lunar Impactorㆍ초소형 위성 기반의 국제 달 탐사 연구)'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 중이다. 루너 임팩터는 달 궤도에 우주선을 보내 1㎏ 정도인 초소형 위성(큐브샛ㆍCube Sat) 2, 3기를 달 표면에 떨어뜨린 후 탐사 내용을 전송받는 것이다. NASA는 2009년 2.4톤급 대형 충돌체를 달에 투하해 달 표면에 물의 유무를 알아보기 위해 '엘크로스(LCROSS)' 위성을 쏘아 올린 바 있다.
항우연은 지난해 11월 전남 고흥 항공센터에서 한국형 달 탐사계획의 초석이 될 달 탐사선 시험 모델의 지상 성능시험에 성공했다. 달 환경처럼 꾸민 3차원 시뮬레이션 시험을 통해 달 궤도선과 착륙선의 추력(推力)과 착륙제어 성능을 확인하는 시험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달 탐사는 사실 '돈 먹는 하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만큼, 국가지도자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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