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는 대학에서 선생으로 일하는 지인들이 제법 있다. 몇 명만 모이면 한숨과 함께 나오는 이야기가 있으니, 취업률 압박에 대한 고충이다. 들어보면 가관도 아니다. 학교에서 내려오는 지령에는 대략 이런 종류가 있단다. 미취업 학생들이 통계에 잡히지 않도록 휴학을 적극 권고하기. 대학원 진학을 유도하기. 졸업생 취업률이 올라가도록 조교를 6개월마다 해당학기 졸업생으로 교체하기.
"졸렬하기 짝이 없어. 조교 월급이 80만원이야. 그것도 6개월 후에는 자르라는 거야. 제대로 정신 박힌 선생이 할 짓이야? 정신줄 놓고 취업률 계산기나 뚜드리라는 꼴이야." K가 분통을 터트리자 Y가 말을 받았다. "일자리 자체가 없는데 기를 쓰고 취업률 경쟁시켜서 어쩌겠다는 건지. 그 취업, 불 보듯 뻔한 거 아냐? 막장이야 막장."
물론 학교 측도 궁여지책이라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대학평가에서는 취업률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평가에서 순위가 처지면 정부지원금이 삭감되고, 삭감되면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테고…. 학생들을 위하다 보니 학생들의 앞날은 안중에도 둘 수 없는 해괴한 상황이다.
꿈을 크게 가져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대학의 현실에 대해 듣고 있노라면, 이 그럴싸한 말들은 허공에 대고 개가 짖는 소리나 다름없이 들린다. 우리의 선생님들이 부디 제자들을 향해 맨투맨으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되기를, 나는 허공에 대고 개가 짖듯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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